
남태희. 스포츠동아DB
한국축구 역대 최단시간 득점기록…남태희 단독 인터뷰
경기시작 5분간 압박 주문…운 좋아
솔직히 벼락골 순간은 기억 잘 안나
형들이 감독께 달려가 나도 모르게…
절친 지동원·백성동과 런던 동행 꿈
홍명보호 런던행의 포문을 연 선수는 ‘황태자’ 김민우(사간 토스)도 ‘제2의 박지성’ 김보경(세레소 오사카)도 아니었다. 주인공은 올림픽 팀에 처음 합류한 ‘비밀병기’ 남태희(21·레퀴야). 남태희는 오만 전에서 전반 시작과 함께 통렬한 왼발 선제 결승골을 뽑아냈다. 경기 후 곧바로 귀국길에 오른 동료들과 달리 남태희는 카타르로 이동했다. 그와 전화 인터뷰가 닿은 시간은 카타르 현지 시간 새벽 3시, 막 집에 도착했을 때였다. 격전을 치른 뒤라 피곤했겠지만 남태희의 목소리는 밝고 또랑또랑했다. 올림픽 본선 7회 연속 진출에 힘을 보탠 것에 강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중요한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소감은
“깜짝 놀랐다. 운이 좋았다. 감독님께서 처음 시작할 때 5분 동안 강한 압박을 하자고 하셨고, 경기 전부터 그런 마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찬스가 왔다.”
-발에 맞는 순간 골을 직감했나.
“솔직히 볼을 컨트롤한 것까지만 기억난다. 그 다음은 워낙 순식간이라 잘 생각이 안 난다.”

-득점 후 벤치에 있는 홍명보 감독에게 빠르게 달려가던데.
“올림픽 팀은 골 넣으면 감독님한테 뛰어간다는 말을 들었다. 골은 내가 넣었는데 형들이 모두 감독님에게 달려가더라. 나도 얼떨결에 따라 갔다.(웃음)”
-선발멤버로 나설 줄 알았나.
“전혀 몰랐다. 선발인지 아닌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번이 올림픽 팀 첫 합류라서 큰 욕심 안 냈다. 감독님께서 믿고 기회 주셔서 감사하다.”
-오만 관중들의 난동이 있었는데.
“축구하면서 이렇게 심한 일은 처음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한 장면도 TV로 본 적 있어 크게 신경 안 썼다.”
-관중들이 오물 던질 때 그라운드 안의 선수들이 공포감을 느끼지 않았나.
“아니다. 모두 개의치 않았다.”
-판정도 오만 쪽으로 조금 기운 듯한 느낌이었는데.
“감독님께서 경기 전부터 판정에 불만 갖지 말고 냉정하게 판단하라고 많이 강조 하셨다. 경기장 안에서는 주장 (홍)정호 형이 많은 역할을 해 줬다.”
-경기 후 축제 분위기였을 것 같다.
“너무 기분 좋았다. 그동안 올림픽 팀에서 꾸준히 해 온 형들이 더 많이 기뻐하더라. 중동 원정에서 늘 좋은 모습 보이지 못해서 이번 오만 전은 결승전처럼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했다.”
-혹시 눈물 흘리는 선수는 없었나.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잘 모르겠다. 경기 도중 상대 볼에 왼쪽 눈을 맞아 순간적으로 앞이 안 보였다. (백)성동이와 교체된 뒤 경기 끝나고 치료 받느라 선수들과 제대로 기쁨을 못 나눴다. 비행기 탈 때까지도 잘 안보였는데 이제 괜찮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경기 뛰면서도 혹시 실명되는 거 아닌가 겁이 났다.(웃음)”
-절친 백성동(주빌로 이와타)과 함께 골을 넣었는데.
“같이 득점해서 좋았다. 올림픽 팀에 합류해 훈련하면서 성동이가 그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는 걸 느꼈다.”
-런던올림픽 목표는.
“선발은 감독님의 몫이다. 나는 소속 팀에서 계속 좋은 모습 보여야 할 것 같다.”
-올림픽 때 소속 팀의 반대는 없을 것 같나.
“카타르 시즌이 끝난 상황이라 반대는 없을 것 같다. 중요한 건 내가 이번 경기 한 골 넣었다고 본선에 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꾸준히 좋은 모습 계속 보이겠다.”
-카타르 리그에서 계속 좋은 모습 보이고 있는데.
“다음 달에 (이)정수 형이 있는 알 사드와 게임이 있다. 리그 1위(레퀴야), 2위(알 사드)의 싸움이라 사실상 결승전이나 다름없다. 골도 넣고 이기고 싶다.”
-올림픽에서 또 한명의 절친 지동원(아스널)과 호흡을 맞출 수도 있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하지만 동원이, 성동이와 다 함께 뛸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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