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와!…냉온탕 오고간 상암벌

입력 2012-03-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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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의 든든한 후원자 붉은 악마가 한국-쿠웨이트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를 사랑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대형 플래카드를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상암|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대표팀 전반전 고전에 관중석 깊은 탄식
후반전 릴레이 골 터지자 뜨겁게 타올라
4만6000명 붉은악마 승리염원 해피엔딩


패하지만 않아도 최소 조 2위를 확보,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오를 수 있었지만 태극전사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비긴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무조건 이기는 것만 생각하겠다”던 최강희 감독의 말처럼 선수들의 눈빛에는 필승 의지가 엿보였다.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 아시아 3차 예선 B조 최종전. 킥오프를 앞두고 애국가가 장내에 울리자 선수들은 눈을 꼭 감은 채 가사를 따라 불렀다. 태극기를 마주보고 서있던 그들은 모두 한 마음 한 뜻이었다.

처음으로 오후 9시에 시작한 경기. 2002한일월드컵 때 유럽 시차를 고려해 오후 8시45분 경기가 이뤄진 이래, 이렇게 늦은 시각에 A매치가 열린 건 처음이었다. 대개는 오후 8시에 열렸다. 같은 조에서 경합 중인 레바논과 UAE의 승부를 동시간대에 전개하기 위함이었다. “대∼한민국”을 외치는 4만6000여 붉은 악마의 뜨거운 함성 속에 드디어 휘슬이 울렸다.

지나치게 긴장한 탓인지, 전체적인 흐름은 좋지 못했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오른쪽 풀백 최효진이 상대 공격수를 차단하다 시뮬레이션 파울을 유도한 장면이 나왔을 때는 스탠드에선 일제히 “앗” 하는 외마디 함성이 터졌다. 하마터면 페널티킥도 나올 수 있는 가슴 철렁한 상황이었다.

선수들은 이날 몸을 최대한 가볍게 하기 위해 육류 섭취를 최대한 자제했다. 또 팀 미팅과 훈련 등이 포함된 평소 일과 대신 철저한 휴식으로 선수들이 각각 마인드 컨트롤을 하게끔 했다. “내로라하는 베테랑들이 모여서인지 알아서 잘 한다. 우리가 오히려 배울 게 많다”는 ‘겸손한’ 최강희 감독의 지론이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평소보다 늦어진 킥오프 타임을 고려해 대부분 스케줄을 30분씩 늦췄다. 조식은 오전 8시30분에서 오전 9시, 점심 식사는 낮 12시30분에서 1시로 바꿨다. 점심 메뉴로 나온 생태 맑은 탕으로 기분을 전환한 선수들은 상암벌로 떠나기 직전인 오후 5시30분, 국수 등 면류로 간단히 배만 채웠다.

대한축구협회도 최종예선 진출을 가정한 특별한 행사는 준비하지 않았다. 4강 신화와 원정 무대 16강 위업을 일궈낸 한국 축구가 아시아 3차 예선에서 탈락하는 일은 전혀 고려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기대했던 시나리오는 후반에 완성됐다. 하프타임 이전까지 한숨 나오는 위기를 잘 극복해낸 태극전사들은 후반 들어 릴레이 포가 내리 꽂히면서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늦은 밤, 시간이 지날수록 쌀쌀함이 감돌던 상암벌은 금세 용광로처럼 달궈졌다. 그렇게 90분의 각본 없는 위대한 한편의 드라마는 완성됐다.

상암|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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