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군대에 다녀오면 성숙해진다. SK 박희수도 전역후 새로운 투수로 변신해 돌아왔다. 올 시즌 12경기에 등판해 방어율 0을 기록 중인 박희수는 SK의 핵심 불펜이자 국내 정상급 좌완투수로 올라섰다. 스포츠동아DB
첫 풀타임…아직은 완급조절 여유없어
프로 2호 30홀드 목표…홀드왕에 도전
태극마크 달고 내년 WBC 마운드 설 것
SK 박희수가 불펜의 최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박희수는 8일까지 올 시즌 12경기에 등판해 3승7홀드를 기록했다. 팀의 12승 가운데 10승에 기여했다. 17이닝 동안 7안타를 맞았고, 삼진은 20개를 잡았다. 피안타율은 0.132,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0.77, 방어율은 제로다. 지난해 혜성처럼 나타나 SK를 구원한 그는 이제 팀 내서 절대적 존재다. 박희수 없는 SK 불펜은 지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이미 왼손 불펜투수 가운데 국내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 하나하나가 베스트, 베스트입니다!
-시즌 초반 출발이 좋다.
“마운드에서 차분해졌어요. 마음이 들뜨지 않으니까 공을 던지는데 집중이 잘 돼요.”
-SK 불펜에서 박희수의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
“부담감이 컸죠. 또 제가 풀타임을 아직 한번도 못 뛰어봐서 걱정도 많이 됐고요. 근데 마운드에서는 압박감이 없어요. 그래서 편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던지고 있습니다.”
-풀타임 첫 도전! 어떤 준비를 했나?
“스프링캠프에서 밸런스 훈련을 많이 했어요. 지난해 밸런스가 무너져 혼난 적이 있거든요. 밸런스가 좋아져야 제구력도 살고 좀더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으니까요.”
-항상 전력투구다. 다른 투수보다 이닝이 긴 편인데 완급조절도 필요하지 않을까.
“주자가 없을 때는 맞혀 잡으려고도 하는데 쉽지 않아요. 공 하나 느슨하게 던졌다가 흐름이 나빠질 수도 있으니까요. 완급조절이 언젠가는 되겠지만 당장은 공 하나하나가 베스트, 베스트입니다.”
○슬라이더가 많이 좋아졌다!
-구종별로 지난해보다 더 발전된 느낌이다.
“슬라이더가 가장 좋아졌어요. 제가 직구, 투심, 커브, 슬라이더로 제 공 순위를 매기는데 슬라이더가 이제는 맨 뒤가 아니에요.”
-왼손타자에게 아주 효과적이더라.
“지난해는 왼손타자에게 안타를 많이 맞았어요. 슬라이더가 밋밋하니까 직구만 노리고 들어왔거든요. 올해는 슬라이더가 잘 꺾이니까 상대하기가 편해요.”
-올해는 투심패스트볼을 좌타자에게도 던지는 모습을 봤다.
“제가 왼손타자에게는 투심을 잘 안 던졌어요. 대부분 우타자에게 던졌죠. 올해는 생각을 바꿨어요. 모든 구종을 좌우타자 가리지 말고 던져보자. 올해는 좌타자 몸쪽에 투심을 던지고 좌타자 바깥쪽에도 던져요. 패턴이 달라지니까 타자들이 당황하는 것 같더라고요.”
-구종이 다양하니까 타자는 괴롭겠다.
“직구, 커브, 슬라이더, 투심을 다 쓰니까요. 불펜투수로는 많은 편이죠. 가장 자신 있는 공은 역시 직구와 투심인데 다른 공도 괜찮아요. 타자와 1년에 몇 번 만나지 않는다는 점도 제가 유리하죠.”
○공에 제 마음을 담아 던집니다!
-마운드에서 보면 항상 자신감이 넘친다.
“그 점은 저도 좋게 생각해요. 투수는 맞을 때 맞더라도 마운드에서 당당한 게 좋잖아요. 항상 제 공을 믿어야죠. 야구를 잘 못할 때도 저는 제공을 믿고 던졌어요. 실투만 하지 않으면 제가 이기니까요. 어떤 때는 ‘실투해도 내가 이긴다’, 이런 마음을 갖고 던져요.”
-컨디션이 나쁠 때도 있지 않은가.
“그때는 제구력에 좀더 신경을 쓰죠. 아무래도 공의 힘이 떨어지니까 욕심내면 안 돼요. 항상 공에 제 마음을 담아서 던집니다. ‘잘 부탁한다! 너는 지금 이기러 간다!’라고요.”
-올해 이승엽(삼성), 김태균(한화)과 첫 대결을 했다. 어땠나.
“많이 설레었죠. 한번씩 만났는데 승엽이 형에게는 안타를 맞았고, 태균이 형은 삼진을 잡았어요.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형들과 승부하는 순간이 참 좋았어요. 다음 승부가 빨리 왔으면 할 정도로요.”
○올해 목표는 홀드왕!
-홀드왕이 목표라고 했다.
“제가 맡은 위치에서 최고는 홀드잖아요. (정)우람이가 마무리로 갔으니까 저에게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팀을 위해서도 많은 홀드가 필요하구요.”
-몇 홀드를 생각하고 있나.
“30홀드요. 근데 프로에서 30홀드가 딱 한번밖에 없더라고요. 2006년 권오준(삼성) 형이 32홀드했죠. 우람이도 30홀드는 못했어요. ‘30홀드가 정말 대단한 거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홀드왕 되면 국가대표 되겠다.
“국가대표는 모든 선수에게 꿈이잖아요. 내년에는 WBC도 있으니까 저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올해 더 열심히 하겠죠. 잘해서 꼭 WBC 나가보고 싶습니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온다!
-프로에서 5년은 무명이었다. 힘든 시간이었을 텐데.
“기량도 모자랐고, 군대도 갔다 왔고, 1군에는 좋은 왼손투수 많았고. 참 답이 안보였죠.”
-특히 SK는 왼손투수 왕국이었잖아.
“다른 팀은 좋은 왼손 한명도 없어 고민인데, 선발 (김)광현이 빼고도 불펜에만 두 명의 이승호 형, 고효준, 전병두, 정우람, 그리고 김태훈. 정말 다른 팀에 가고 싶을 정도였어요.”
-1군에 올라오자마자 바로 필승조가 됐다.
“투심패스트볼을 만든 게 참 잘한 일이었죠. 타자를 제압할 공이 없으면 투수는 비참하거든요. 상무에서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연습했는데 지금 큰 힘이 되네요.”
-후배들에게 한마디를 한다면.
“타자를 이길 수 있는 한 가지를 만들어라. 그래야 찾아온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박희수. 스포츠동아DB
SK 박희수?
▲생년월일=1983년 7월 13일
▲출신교=유천초∼한밭중∼대전고∼동국대
▲키·몸무게=184cm·84kg
▲프로 입단=2002신인드래프트 SK 2차 6번(전체 43순위) 지명·2006년 입단
▲2011년 성적=39경기 67이닝 4승2패1세이브8홀드 76탈삼진 방어율 1.88
▲2012년 연봉=7000만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