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Essay] “기다려라 축구성지 웸블리…결승에서 다시 만나자” 사기충천

입력 2012-08-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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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더 웸블리.’

웸블리 스타디움은 축구 종주국 영국에서도 성지로 불리는 경기장입니다. 2일(한국시간) 한국-가봉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보기 위해 웸블리 파크역에 내리는 순간,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지하철역에서 스타디움으로 연결된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대부분이 영국인들이었습니다.

사실 이들은 한국 경기를 보러 온 게 아닙니다. 그저 웸블리에서 축구경기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 친구, 연인끼리 삼삼오오 모인 거죠. 웸블리에 대한 영국인들의 애정과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이날 집계된 공식 관중 수는 7만6927명(웸블리 수용관중은 9만 명). 대단하죠?

선수들도 웸블리의 위용에 감탄한 듯 합니다. 수비수 김영권은 “이렇게 많은 관중들이 올 줄 몰랐다. 사람이 너무 많이 와 선수들 간 의사소통이 안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들렸다”며 웃음 지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은 웸블리와 만나자자마 이별하게 됐습니다. 조 1위를 차지했으면 8강부터 결승까지 쭉 웸블리에서 치르지만 2위가 되면서 카디프 시티(8강)와 맨체스터(4강)로 이동하게 됐죠. 3,4위전은 다시 카디프 시티에서 열립니다. 한국이 웸블리를 방문하려면 결승에 올라야 한다는 뜻이죠. 올림픽 결승이라. 상상이나 해 보셨나요.

여기서 잠시 8강 진출 직후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의 인터뷰를 소개할까 합니다.

“(최종 목표를 묻자) 목표? 앞으로 매 경기 이기지 않으면 목표라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홍명보 감독)

“우리가 앞으로 어떤 히스토리를 만들지 아무도 모른다.”(주장 구자철)

“앞으로 남은 경기? 1경기가 아니라 3경기다.”(수비수 김창수)

“우리는 기적을 일으킬 준비가 돼 있다.”(미드필더 박종우)

어떠세요? 단순히 자신감을 나타내기 위한 인터뷰용 코멘트로 보이세요? 현장에서 받은 느낌은 다릅니다. 태극전사들은 차분하고 담담하게 기적을 현실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백 투 더 웸블리를 기원하며.

런던(영국)|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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