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가 꺾여도 놓치 않았던 162kg의 바벨…사재혁 투혼, 금보다 빛났다

입력 2012-08-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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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에도 “조카 선물하려했는데” 눈물 뚝뚝

‘조카에게 금메달을 선물하려고 했는데….’ 마취에서 깨어난 뒤에도 ‘오기의 역사’는 경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2일(한국시간) 엑셀 아레나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역도 남자 77kg급. 사재혁(27·강원도청)은 인상 2차시기(162kg)를 시도하다 무대 위에 쓰러졌다. 오른쪽 팔꿈치 탈골이었다. 관절이 꺾이는 순간에도 그는 바벨을 놓지 못했다. 의지가 본능을 이긴 순간이었다. 즉시 병원으로 후송된 사재혁은 빠진 뼈를 다시 끼우는 시술을 받았다.

사재혁은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역도대표팀 이형근 감독에게 물었다. “1등 기록 얼마에요?” 비몽사몽간에도 마음은 역도경기장에 있었다. 사재혁은 “감독님, 죄송하다”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이날 금메달은 류사오준(합계 379kg), 은메달은 류하오지에(합계 360kg·이상 중국), 동메달은 캄바 로드리게스(합계 349kg·쿠바)에게 돌아갔다. 사재혁은 불의의 허리부상으로 6월 3주간 훈련을 중단하기도 했지만, 훈련 재개 이후 급격히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런던 현지 도착 이후에는 합계 362kg(인상 160kg+용상 202kg)을 들었다. 훈련 기록만으로도 은메달이었던 셈이다.

특히 이날 경기 직후 사재혁의 동생 미용(25) 씨가 출산을 앞둔 상황이라 안타까움은 더했다. 미용 씨는 당초 7월 26일 출산할 예정이었지만, 늦어졌다. 주변에선 “조카가 삼촌의 경기에 맞춰 세상 빛을 보기 위해 뱃속에서 무려 일주일을 더 견디는 모양”이라고 했다. 사재혁은 급박한 와중에도 어머니 김선이(49) 씨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괜찮으니, 동생 잘 챙기라”며 장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방울만 떨어뜨릴 뿐이었다. 대표팀 서동원(바른생활병원장) 주치의는 “사재혁의 오른쪽 팔꿈치 내측인대가 파열돼 접합수술(토미존서저리)이 필요하다. 손가락과 손목을 구부리는 힘줄도 찢어진 상태”라고 밝혔다.

런던|전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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