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부상에도 땡볕투혼 조동찬 “40바늘? 아내 뱃속에 둘째가…”

입력 2012-08-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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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조동찬은 3일 사직 롯데전에서 고원준의 투구에 얼굴을 맞고 쓰러져 오른쪽 눈 밑을 40바늘이나 꿰맸다(큰 사진). 눈이 퉁퉁 부은 상태(작은사진)에서도 조동찬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스포츠동아DB,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류중일감독 설득 불구하고 “괜찮다” 고집
동료들 “독한놈”…집념에 애정어린 응원
롯데 고원준 사과에 웃으며 후배 다독여


3일 사직구장. 삼성 조동찬(29)은 2회초 무사 1루 찬스서 희생번트를 대려다 롯데 선발 고원준의 몸쪽 공에 얼굴을 맞고 쓰러졌다. 천만다행으로 병원 검진 결과 안구와 뼈에 이상이 없었다. 일반적으로는 5∼6바늘 꿰매는 상처. 그러나 얼굴이어서 성형용으로 40바늘을 꿰맸다.

조동찬의 아내 김하연(26) 씨는 이날 고향 부산에 내려와 있었다. 친척집에서 TV 중계화면을 통해 피를 흘리며 부축을 받고 나가는 남편의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조동찬은 치료 후 그날 곧바로 선수단이 묵는 숙소로 돌아왔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아내는 화상통화로 남편의 얼굴을 확인했다. 오른쪽 눈은 피멍이 들었고, 얼굴은 퉁퉁 부어있었다. 아내는 펑펑 울었고, 조동찬은 그런 아내를 달랬다. 당장 숙소로 달려오겠다는 아내에게 그는 “울지 않겠다고 약속해”라며 수차례 다짐을 받은 뒤에야 허락했다.

조동찬의 야구에 대한 집념도 대단하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그의 얼굴을 본 뒤 “엔트리에서 빼겠다”고 말했지만 그는 “괜찮다”며 고집을 부렸다. 류 감독의 거듭된 설득에도 그는 “뼈에 이상이 없어 병원에서도 부기만 빠지면 경기 뛰어도 된다고 했다”며 1군 엔트리에 남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 결국 류 감독도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주변에선 이런 조동찬을 두고 “독한 놈”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4일 하루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뒤 5일에는 선수단과 함께 사직구장에 나왔다. 폭염 속에서 수비훈련과 타격훈련까지 소화했다. 훈련 후 땀범벅이 된 얼굴로 라커룸에 들어서는 그에게 팀 선배 이승엽(36)은 “빨리 소독해라”며 등을 떠밀었다. 안지만은 “눈탱이가 밤탱이가 됐다”며 친구를 안쓰러운 얼굴로 쳐다봤다.

그러나 조동찬은 오히려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얼굴에 세 번째 공을 맞아 이골이 났다”며 “오른쪽에 두 번, 왼쪽에 한 번”이라며 순박하게 웃었다. 이전에도 훈련 도중 외야에 있다 타구에 오른쪽 뺨을 맞기도 했고, 캐치볼을 하다 왼쪽 얼굴에 맞기도 했다는 것.

롯데 측에서도 연락이 왔다. 고원준이 전화로 몇 번이나 “죄송합니다”라고 말하자 그는 오히려 “괜찮다. 야구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며 후배를 다독였다. 롯데 주장 김사율과 주형광 투수코치도 문자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

부기는 많이 가라앉았지만 피멍은 여전하다. 엔트리에서 빠져 여흘 정도는 휴식을 취할 법도 하지만 조동찬은 “둘째가 아내 뱃속에 들어섰다. 애들 먹여 살리려면 야구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형인 SK 조동화(31)가 작년 말 결혼해 그는 올 시즌 후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었다. 그런데 둘째가 생기는 바람에 결혼식을 다시 내년 말로 미루기로 했다고 한다. 조동찬은 부쩍 커진 가장의 책임감을 느끼며 부상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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