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만수 경기운영위원장은 전국을 누비면서 프로배구 V리그가 순항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한국 배구 ‘왕년의 스타’ 강만수(57)가 현장으로 돌아왔다. 벤치가 아니다.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장 직함을 달고서다.
10월 말 경기운영위원장에 선임된 그는 최근 개막한 NH농협 2012∼2013 프로배구 V리그 현장을 부지런히 누비고 있다. 인천-수원-천안-대전-구미 등 전국을 누비는 출장 스케줄이 빠듯해 힘들 법도 한데 매 순간이 즐겁다고 한다.
경기운영위원장은 V리그 경기 운영과 관련한 전반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다.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코트를 누비는 제자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플레이를 살피는 감독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코트 안팎의 모든 상황을 정리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대비한다. 경기 보고서 작성과 검토도 경기위원장 소관이다.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강 위원장은 이른 시각 체육관을 찾는다. 그의 공식 업무는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본격화되고, 관중이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 계속된다. 경기 없는 월요일만 쉴 뿐 금요일에도 KOVO 사무실에서 경기위원들과 함께 경기 영상을 돌려보고 미팅을 하며 문제점들을 되짚는다. 강 위원장은 “관찰자 입장이다. 제3자라고 볼 수 있지만 현장에 깊숙이 관여된 3자다. 불미스런 일을 해결하는 것도, 애초에 (사고) 여지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강 위원장은 배구계를 떠나려 했다. 남자국가대표(1997) 현대자동차서비스(1993∼2001) 감독, 대한배구협회 강화위원장(2008) 등 현장과 행정의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2009년 6월부터 작년 3월까지 KEPCO45(현 KEPCO 빅스톰)를 이끌었지만 돌아온 건 경질이란 불명예였다. 표면적 사유는 성적부진이다. 현장을 떠난 후 그는 한 회사의 고문으로 활동해왔다.
“(감독을) 떠나고 보니, 그런 일(승부조작)이 있었더라. 황당했다. 회한에 배구판을 떠나려 했다. KOVO의 연락을 받은 뒤에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경기운영위원장을 받아들인 이유는 딱 하나.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산다’는 생각에서다. 배구인으로서 자존심 회복, 배구 감독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포부도 있다.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명예를 되살릴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 먼저 경기운영위원장 역할에 충실하겠다. 계속 현장 감각을 이어가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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