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이 17일 시카고 컵스와의 계약을 마무리하고 돌아왔다. 컵스는 임창용에게 마이너리그 검증과정을 생략하겠다고 약속할 정도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임창용이 귀국 직후 취재진에 둘러싸여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시카고 컵스와 2년 최대 54억 옵션계약
구단주, 마이너리그 검증절차 생략 약속
임창용 “내년 ML데뷔·이듬해엔 풀타임”
스프링캠프서 컵스 주력선수들과 첫 대면
“재활만 끝나면 무조건 메이저리그에서 등판할 수 있게 하겠다. 마이너리그에서 평가, 시험 같은 것은 절대 없다. 믿어라. 정말 특이한 투구폼을 갖고 있다. 잠수함 투수는 좌타자에게 약하다고들 하던데 메이저리그에서 어떻게 승부할 것인가?”(톰 리케츠 시카고 컵스 구단주)
“좌타자? 걱정 없다. 오버스로로 던지면 된다.”(임창용)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마무리하고 17일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온 임창용(36)이 직접 들려준 일화다. 짧은 대화였지만 컵스가 팔꿈치 수술을 받아 장기간 재활이 필요한 그에게 어느 정도의 기대와 신뢰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또 한번 새로운 도전을 앞둔 그가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 등이 모두 담겨있다.
임창용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계약을 모두 끝내고 왔다. 컵스에서 입단식을 하자고 했는데, 주말(현지시간)이었다. 직원들도 쉬어야 할 것 같아서 괜찮다고 했다. 처음 일본에 도전(2007년 말)할 때와 나이만 다를 뿐 마음은 똑같다. 지금 아니면 메이저리그에 못 갈 것 같았다. 특급 대우는 아니지만 꿈을 이뤄서 기분 좋다. 미국야구를 경험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내년 메이저리그 데뷔, 내후년 풀타임으로 뛰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고 밝혔다.
컵스와 임창용은 2년 최대 500만달러(약 54억원) 계약을 맺었다. 선수 옵션과 구단 옵션이 모두 있는 다소 복잡한 계약이다. 일본에서 마무리투수로 정상에 오른 임창용이지만, 재활로 내년 전반기 출장이 불가능한 상태다. 컵스로선 과감한 결정이다. 특히 구단주가 임창용에게 직접 마이너리그에서의 검증 단계를 생략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창용의 에이전트 박유현 씨는 “마이너에서 재활을 할 때 어떤 지원을 받는지, 여러 가지 세부적 조건도 매우 만족스럽다. 정식 계약 발표는 18일(한국시간) 컵스가 하기로 했다. 입단식도 제의를 받았지만 주말이기도 하고, 임창용 본인이 아직 마이너 선수이기 때문에 메이저 올라갈 때 시간을 갖자며 사양했다”고 밝혔다. 그 대신 임창용은 임시로 등번호 0번이 적힌 컵스 유니폼을 입고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서 기념촬영만 했다.
임창용은 취업비자를 받는 대로 미국 애리조나로 건너가 재활을 시작한다. 마이너 신분이지만, 스프링캠프에서 컵스의 주력 선수들과도 만난다. 그가 자신의 바람대로 내년 메이저리그에 오르면 같은 내셔널리그 소속의 류현진(LA 다저스), 추신수(신시내티)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임창용은 “일본에서도 한국선수들과 맞대결은 피하고 싶었다. 미국선수들을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인천국제공항|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