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용택. 스포츠동아DB
여기서 LG 정주현이 투수 옆으로 흘러가는 힘없는 땅볼을 쳤다. 그런데 코스가 절묘해 오승환의 맨손 캐치를 피해 유격수 앞 내야안타가 됐다. 행운이 따랐지만 문제는 3루주자 박용택(사진)이 홈으로 뛰지 않은 것. 1사 만루가 됐지만 마음을 다잡은 오승환은 최영진∼이대형을 연속 삼진 처리하고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26일 잠실구장에서는 박용택이 안 뛴 것이 옳았는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LG 사람들은 “오승환이 설마 못 잡을 줄 알았겠느냐”는 말로 박용택이 신중하게 한 것이 적절했다고 두둔했다. 다만 LG 김기태 감독은 물음에 “개인적으로 얘기하자”고 말했다. 아쉬움이 남는다는 우회적 표현이었다.
반면 삼성 류중일 감독은 “안 뛰어줘서 땡큐였다”고 말했다. 이론적으로도 1사 1·3루에선 투수 앞 땅볼이면 더블플레이로 이닝이 종료될 가능성이 있어 3루주자가 일단 홈으로 뛰는 게 정석이라는 뜻이었다. 투수가 홈으로 던지면 최소 2사 1·2루 득점권에서 다시 공격기회가 이어지고, 만약 투수가 2루∼1루로 이어지는 더블플레이를 시도했는데 성공하지 못하면 동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사자 박용택의 심정은 어떨까? 박용택은 “안 뛰었다고 잘못했다고 보면 결과론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만 자신도 미련이 못내 남는지 “후속타자를 생각했으면 내가 뛰는 게 맞았을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드니까 자꾸 소심해진다”며 농담을 섞어 아쉬움을 표시했다.
잠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