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SK는 ‘지명타자 조인성’ 원했다

입력 2014-04-0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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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감독과 불화설이 제기되며 이적설에 휩싸였던 SK 베테랑 포수 조인성이 8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팔짱을 끼고 턱을 괸 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조인성 트레이드설 사태의 근원은?

우타 거포 갈증 해소차 FA 조인성 영입
조인성 포수 애착…지명타자 활용 불발

용병타자 스캇 등장·주전포수엔 정상호
갈수록 팀내 입지 좁아지는 조인성 불안

SK의 홈 필드 문학구장은 프로야구에서 가장 타자친화적인 구장으로 꼽힌다. 그럴수록 SK는 우타 거포를 향한 갈증을 느꼈다. 2011시즌을 삼성에 패해 준우승으로 끝낸 뒤, SK 프런트는 정식 사령탑으로 취임한 이만수 감독을 위한 ‘선물’을 주고 싶었다. 마침 LG에서 프리에이전트(FA)로 시장에 나온 타자가 있었다. 조인성이었다.

SK는 2011년 11월 조인성과 3년 최대 19억원(옵션 3억원 포함)에 입단계약을 체결했다. 조인성은 원 소속구단 LG의 사실상 ‘방치’ 속에서 시장에 나왔다. 돌이켜보면 아주 흥미로운 대목은 당시 LG가 조인성과의 계약에 미온적으로 대응한 주된 사유 중 하나가 ‘블로킹 능력의 노쇠화’였다.

SK 이만수 감독이 문제시했던 지점과 일치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면 반박하는 현장 목소리도 높다. 모 구단의 배터리 코치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상대적 기준에서 조인성만큼 수비를 잘하는 포수가 몇이나 있느냐?”고 주장한다.

어쨌든 좀처럼 외부 FA에 손을 안대는 SK가 조인성에게 손을 내민 것은 야구계에서 의외의 선택으로 여겨졌다. 이에 대해 입단을 주도했던 SK 민경삼 단장은 “우리는 포수 조인성이 아니라 지명타자 조인성을 원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조인성의 우타 거포로서 타격능력을 보고 영입했다는 뜻이다. 민 단장은 “문학구장이라면 20홈런은 쳐줄 수 있을 것이다 ”고 기대감을 표시했었다.

당시 박경완, 정상호가 버틴 SK에서 조인성이 마스크를 쓸 일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입단 시점부터 조인성은 LG 때부터 쭉 해왔던 포수직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놀랍게도 ‘포수의 투수리드는 실체가 없다’는 철학을 설파했던 이 감독은 박경완 대신 조인성을 포수로 중용했다.

조인성은 SK 첫 시즌인 2012년 104경기에서 타율 0.271 9홈런 40타점을 올렸다. 또 롯데와의 플레이오프(PO) 5차전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해냈다. 그러나 포수 수비 부담이 발생한 탓인지 홈런은 영입 당시의 기대를 밑돌았다.

‘지명타자 조인성’이 불발되자 SK는 어떻게든 우타 거포를 찾고 싶었다. 지난해 5월 단행한 KIA와의 트레이드에서 김상현(34)을 영입한 것은 또 하나의 시도였다. 이재원(26)을 중심타자로 키우려는 프로젝트도 진행됐다. 그러나 김상현은 부진, 이재원은 부상 덫에 걸렸다.

다행히 2014시즌부터 용병타자가 도입되면서 SK는 빅리거 커리어가 화려한 루크 스캇(36)을 데려왔다. 스캇은 좌타자지만 SK의 공격력을 강화할 최적의 카드였다. 그러나 카카오톡에 ‘앞으로 5년 더’라고 써놓을 정도로 현역인생에 애착을 가진 조인성의 입지는 좁아만 갔다. 토종선발이 나올 때 이 감독은 주전포수로 정상호를 밀었고, 지명타자는 스캇이나 이재원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조인성으로선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을 터다. 이 상황에서 2일 LG전에서의 ‘풀 카운트 교체사건’이 터졌다. 이어 트레이드설이 밖으로 새나갔고, 전례를 찾기 힘든 1위팀에서의 ‘노이즈’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잠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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