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류현진 입술만 봐도 마음가짐 알 수 있다”

LA 다저스 류현진. 동아닷컴DB

평상시엔 투구 직후 입 벌릴 때 많아
애리조나 전 굳게 앙다문 입술 포착
최소이닝 강판 수모 뒤 위기감 느낀듯

류현진(27)의 마음가짐은 입술만 보면 안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한화에 몸담던 시절, 한화 구단 사람들은 “류현진이 맘먹고 던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말을 했다. 이 말 속엔 100% 전력투구를 하지 않고도 완급조절로 타자를 이기는 영리함, 굳이 혼신의 역투를 안 해도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는 우월감이 담겨 있다.

이런 류현진이 ‘아주 드물게’ 작심하고 던질 때가 있었다. 2008베이징올림픽 결승전 쿠바전이나 2013년 세인트루이스와 내셔널리그(NL)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 등이 그랬던 경기였다. 1구 1구에 신중함을 담아 던졌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13일 “류현진의 입 모양만 봐도 얼마나 진지하게 던지는지 알 수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했다. 허 위원은 “평상시 류현진은 투구 직후, 입을 벌릴 때가 많다. 그러나 12일 애리조나전에서는 입술을 앙다물고 있더라. 그만큼 위기의식을 안고 마운드에 올라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2이닝 8실점으로 데뷔 후 최소이닝 강판의 수모 직후 애리조나전을 별렀다는 정황증거다. 허 위원은 “2년차를 맞으며 미끄러운 메이저리그 공인구에 적응하면서 직구, 체인지업 외에 커브와 슬라이더까지 4개 구종이 손에 익는 단계가 됐다. 12일 애리조나전은 슬라이더와 커브가 잘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18일 샌프란시스코전이 유력해보인다. 또 한번 류현진이 입술을 앙다물고 혼신을 쏟아 부을 여건이 무르익은 셈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