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의 거인’ 롯데, 화요일만 되면 작아지네

입력 2014-08-15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시진 감독. 스포츠동아DB

■ 그라운드 오묘한 요일별 승부의 세계


롯데 화요일 전적 1승13패1무 굴욕
넥센은 13승3패1무 ‘화요일의 영웅’
김시진 “이상하게 그날만 되면 꼬여…”
삼성은 14승2패 ‘선데이 라이온즈


야구는 기록의 경기다. 데이터가 쌓이면 각종 분석이 가능해진다. 그러면서 숫자에 울고 웃는 숫자게임(Number's Game)이 된다. 이에 따라 징크스도 생기고, 희비가 엇갈린다. 요일별 성적 또한 마찬가지다. 14일까지의 기록을 토대로 오묘한 요일별 승부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 ‘화요일의 소인’과 ‘화요일의 영웅’

올 시즌 롯데는 화요일만 되면 ‘거인’이 아닌 ‘소인’으로 전락한다. 1승13패1무(승률 0.071). 화요일 승률만 놓고 보면 그야말로 ‘칠푼이’가 따로 없다. 이에 반해 넥센은 ‘화요일의 히어로’다. 13승3패1무(승률은 0.813)다. 올 시즌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인 삼성의 화요일 전적(10승5패1무)보다 훨씬 좋다. 12일 사직에서 넥센과 롯데가 만났으니 어쩌면 승부는 뻔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롯데는 최근 화요일 10연패에 빠졌다.

그러나 롯데가 4위에 올라 있는 것은 그만큼 강한 요일도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주중으로 접어들면서 발동이 걸리고, 금요일에 절정에 이른다. 금요일 전적은 10승4패(승률 0.714). 그야말로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다. 9개구단 최고 승률이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롯데는 화요일만 아니었다면 지금 4위 싸움보다는 더 높은 순위싸움을 하고 있을 터이다.


● ‘선데이 라이온즈’와 ‘수요일의 NC’

삼성은 단독 선두답게 올 시즌 승률이 5할 밑으로 떨어진 요일이 없다. 그러나 삼성도 상대적으로 강한 요일과 약한 요일이 존재한다. 삼성은 ‘선데이 라이온즈’다. 일요일 14승2패(승률 0.875)로 천하무적이다. 다른 팀들이 그나마 삼성하고 해볼 만한 요일은 토요일. 8승8패로 반타작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NC는 ‘초전박살’형이다. 화요일에 13승5패(승률 0.722)인데, 수요일엔 9개구단 중 최고인 14승3패(0.824)의 전적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금요일에 3승12패(승률 0.200)다. 롯데와는 상반되는 ‘불금’이다.

두산은 화요일(10승5패)에는 강하지만 일요일(4승12패)에 약하다. LG는 금요일(7승5패)이 좋지만 토요일(4승12패)이 싫다. KIA는 토요일(10승7패)이 반갑지만 수요일(3승12패)이 겁난다. SK는 토요일(12승6패)엔 절대강자지만 일요일(4승11패)엔 절대약자다. 한화는 목요일과 금요일엔 5할 승률을 넘겨 다른 팀들로선 조심해야한다.


● 요일병은 운일까, 실력일까, 징크스일까

올 시즌 지독한 ‘화요병’에 시달리는 롯데에서 ‘화요일’은 금기어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기자들이 화요일의 ‘화’자만 언급해도 말을 가로막으며 손사래를 친다. 김 감독은 “지난해엔 화요일(11승9패)에 좋았다. 그건 뭔가?”라고 되물으면서 “월요일에 쉬기도 하고, 쉬지 않고 훈련을 해보기도 했지만 올해는 이상하게 화요일만 되는 꼬일 뿐이다. 그냥 우연의 일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항변은 오히려 화요일 전적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역설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요일별 전적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단순한 징크스일까. 이에 대해 감독의 성향에 따라 다른 답변이 나온다. 류중일 감독은 “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그래도 다른 요일은 몰라도 화요일에 자꾸 지면 다른 요일보다는 신경 쓰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화요일에 자꾸 지면 ‘월요일에 잘못 쉬었나’라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또 한 주의 시작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화요일엔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화요일에 진다는 것은 선발이 무너지고 불펜투수를 많이 투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일주일이 괴로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