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이종운 감독. 스포츠동아DB
이종운 감독 “하나로 뭉치지 못하는건 용납 못해”
이종운(사진) 감독 취임 뒤 롯데가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가고시마 전훈을 잡음 없이 마치는 과정에서 “이 감독의 팀 장악력이 생각 이상”이라는 주변의 호평이 나온다. 8일 사직에서 만난 이 감독은 “(시범경기) 해보니까 해볼만하더라”고 웃었다. 초보감독의 자아도취가 아니라 롯데 감독으로서 최소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는 확신이었다. 이 감독은 “지금 롯데에는 승리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 승리보다 소중한 것
이 감독은 “실력이 떨어져서 야구를 못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과 싸우기도 전에 우리끼리 하나로 뭉치지 못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올 시즌 롯데가 하위권으로 평가받는데 대해 “사실 (우승후보 소리를 듣던) 지난해 전력과 별 차이 없다”고 말했다. 롯데가 그 정도로 저력이 없는 것이 아닌데 선수들이 야구에 집중하지 못하는 환경이 펼쳐진 탓에 지난해 가지고 있는 역량조차 발휘하지 못했다고 파악했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접근한 이 감독은 롯데가 가진 힘을 결집하는데 취임 후 줄곧 공을 들여왔다. 선수들에게 “인사할 때 고개를 조금 더 숙이도록 노력해보자”는 충고를 전한 속뜻도 ‘먼저 선수들이 (코칭스태프, 구단 직원들에게) 낮은 자세로 임하면 거리감이 훨씬 좁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에는 미 프로미식축구 슈퍼볼 관계로 숙소난이 벌어졌는데, 이때 이 감독은 “방 구하러 애쓰지 말라”고 구단에 전했다. 1인 1실이 아니라 2인 1실을 쓰도록 했다. 선수단에게는 “돈 몇 푼 아끼려고 내가 이러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때만이라도 선수들이 같은 방을 쓰면서 선후배의 고충도 듣고, 끈끈한 정이 쌓이기를 바란 것이다.
● 롯데가 하나로 뭉친 순간
이 감독은 8일 사직 SK전을 승리해 롯데 감독 데뷔 첫 공식전 승리를 거뒀다. 1730일 만에 등판한 조정훈의 부활투는 이 감독에게 첫 승 이상의 기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흐뭇함은 조정훈이 던질 때 보여준 롯데 벤치에서 발견됐다. 조정훈이 던질 때, 롯데 덕아웃은 하나가 돼 마운드의 투수가 던지는 1구 1구에 응원의 함성을 보냈다. 조정훈이 성공리에 등판을 마치고 귀환하면 하나같이 반기고 격려했다. 그 마음이 커진다면 롯데에 재생의 등불이 켜질 수 있을 것이고, 야구를 떠난 부산 팬들도 언젠가는 그 빛을 보고 롯데라는 등대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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