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기. 동아닷컴DB
해외파 자격 없다? “누구나 지원 가능”
1994년 박찬호부터 지난해 강정호(피츠버그)까지 총 60명의 한국 야구선수가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계약했다. 그 중 국내 프로팀에 입단하기 전 고교나 대학을 졸업하고 곧장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린 선수는 무려 54명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병역을 위해 도전을 중단했거나 큰 고민에 빠져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한국 유망주의 나이가 20대 중반이 되면 병역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수만에서 수십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았던 선수들이 그 과정에서 방출된다. 2년간의 공백기를 기다려줄 이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1998년 시애틀과 계약한 백차승의 경우 빅리그 도전을 계속하기 위해 2005년 미국 국적을 취득하기도 했다.
국내에는 야구선수들이 자신의 특기를 살려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상무와 경찰이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군복무 동안 야구를 계속할 수 있는 혜택이다. 그러나 그동안 해외파 선수들은 상무와 경찰에 입대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돌아와 최근 병역을 마친 한 선수는 “미국 구단과 계약이 종료된 시점부터 2년간 국내 팀들과 계약할 수 없는 규제가 있기 때문에, 상무와 경찰에 입대할 수 없다고 알고 있다. 또 같은 기량이라면 국내선수가 더 유리하다고 많이들 생각하기 때문에 현역으로 입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2016신인드래프트 2차 전체 1번으로 kt에 입단한 남태혁(24)도 9월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마쳤다. 그 역시 “해외파에게는 상무 지원 자격이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었다. 경찰야구단 한상대 반장은 12일 “병역의무를 원하는 대한민국 국적 남성이라면 국내나 해외리그에 상관없이 소속팀이 없다고 해도 지원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25일 최종 합격자 발표를 앞둔 상무야구단은 지난달 23일 총 26명의 서류합격자를 발표했는데, 그 중에는 최근 시애틀에서 방출된 투수 김선기(24·사진)가 포함됐다. 만약 최종 합격해 상무 유니폼을 입는다면, 국내 프로팀을 거치지 않은 해외파 1호 상무 선수가 된다. 상무에는 투수 정영일이 뛰고 있지만, LA 에인절스에서 방출돼 2014년 SK에 입단한 직후 입대한 경우다. 상무는 “김선기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작성한 경력증명서와 추천서를 제출해 서류전형에서 합격했다”고 설명했다. 상무도 경찰야구단처럼 국문으로 번역한 증명서를 함께 제출하면, 해외리그에서 뛴 선수가 지원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상무는 실기·신체·인성검사를 거쳐 최종 합격자를 뽑는다. 김선기가 합격하면 미필자 신분인 해외파 선수들에게는 큰 희망이 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게 된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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