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감독 “댄 블랙 포기, 젊은투수들의 미래가 더 중요했다”

입력 2016-01-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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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조범현 감독이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1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수북이 쌓인 공을 향해 스윙하며 새 시즌 새로운 도전을 다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프로야구 감독들의 새해 구상

8. kt 조범현 감독

용병투수 3명…영건들 부담 줄일 수 있어
계약 마지막 시즌이지만 차근차근 달릴 것
유한준·이진영 영입으로 외야 건강한 경쟁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팬 사랑 보답


kt 조범현(56) 감독은 프로야구단 사령탑으로 자신의 11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2003년 40대 초반에 시작된 감독 인생은 어느덧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훌쩍 넘어섰다. 그 사이 한국시리즈 우승과 준우승도 경험했고, 쓰라린 연패와 포스트시즌 탈락도 맛봤다. 팀 재건, 리빌딩 전문가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지난 2년간 kt에서 그의 역할은 재건이 아니라 새로운 건축, 빌딩(building)이었다.

창단 이후 3년째이자, 1군에서 2번째 시즌인 2016년은 조 감독 자신의 3년 계약 마지막 해이기도 하다. 지난 2년간 하나하나 쌓아올린 전력을 평가받을 시간이다. 구단은 지난해와 비교해 외국인투수 3명의 격을 높이기 위해 90만달러를 더 투자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선 60억원을 투자해 외야수 유한준을 영입했다.

지난해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고 52승1무91패로 시즌을 마친 kt는 “후반기 가장 까다로운 팀 중 하나였다”(삼성 류중일 감독), “내년에는 굉장히 위력적인 팀이 될 것 같다”(NC 김경문 감독) 등 이미 안팎으로 높은 기대를 사고 있다. 팀내에선 조심스럽게 ‘포스트시즌 진출 도전’이라는 단어도 나오고 있다. 그런 2016년을 시작하는 조 감독은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조 감독과의 신년 인터뷰는 15일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로 출국하기 이틀 전인 13일 진행됐다.


-새해 시작과 함께 선수들에게 ‘도전’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의미가 다 다를 것 같다. 탈꼴찌의 도전이 될 수도 있고, 포스트시즌 진출 도전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을 향해 도전할 것인가는 선수 한 명, 한 명과 팀 전체의 노력에 따라 정해진다. 스프링캠프에서 값진 땀을 흘리고 돌아오겠다. 올해가 1군 두 번째 시즌이다. 더 이상 동정적인 시선을 바라서는 안 된다. 어려운 상황이라도 더 강하게 이겨낼 수 있는, 그런 도전을 선수들과 함께 하고 싶다.”


-댄 블랙은 지난 시즌 kt 반전의 아이콘이었다. 선발투수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30홈런 100타점을 기대할 수 있는 타자였기 때문에 (재계약 포기로) 아쉬움도 남을 것 같다. 그 같은 판단과 선택에는 어떤 배경이 있었는가.

“아깝지만 포기한 이유는 수준급 선발투수 한 명이 더 필요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한 명이 가져다주는 매우 중요한 효과가 우리 팀 상황에서 꼭 필요했다.”


-어떤 효과인가?


“부상 감소다. 우리 팀에는 젊은 투수들이 굉장히 많다. 풀타임 시즌을 경험한 투수가 적다. 한두 시즌 잘하면 3번째 시즌 부상이 오는 경우가 많다. 공이 좋으니까 자주 투입되는데, 경험이 부족하면 자신의 신체적 특성, 체력적 완성도 등 그런 부분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아프다. 선수의 미래, 그리고 팀의 내일을 위해서 감독과 잘 관리해줘야 한다. 공격력도 중요하지만, 선발 한 자리가 비면 젊은 투수들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계산했다. 3명의 외국인 선발투수가 많이 이닝을 소화해주면, 젊은 투수들이 몸을 아끼며 최상의 상태에서 공을 던질 수 있다. 그 효과를 바랐다.”


-지난 시즌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장시환의 휴식 보장, 김재윤의 투구수 제한, 조무근의 체력 관리 등이 이뤄졌다. 감독은 어려운 직업인 것 같다. 승부처인데 눈앞에 있는 투수를 보면서 참는다는 것은 매우 힘들지 않나.

“선수 개인이 잘해줬고 코칭스태프의 헌신이 함께해 지난해 꽤 기대되는 투수들이 몇 명 나왔다. 앞으로 kt의 미래가 될 이름들이다. 한 경기 잡으려고, 한 시즌 무리하게 성적을 끌어올리려고 그들을 아프게 할 수는 없다. 지난 시즌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조무근이나 김재윤, 정대현 등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시즌을 마친 점이 중요하다. 올해 더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시즌 초반 외국인투수 2명의 부진이 아쉬웠던 부분은, 연패도 그렇지만 이닝소화능력이 떨어져 젊은 투수들이 빨리 자주 투입된 부분이다.”



-계약 마지막 시즌이다. 욕심이 나는 상황 아닌가.


“(미소를 짓다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팀은 항상 장기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신이다.”


-장시환은 지난해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해 올 시즌 초반 투입이 어렵다. 마무리는 누가 맡나.

“한 5월쯤 ‘어? 내가 우리 팀 마무리투수가 됐네?’라는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 SK나 KIA에서도, 그리고 지난해도 비슷한 방향으로 마무리투수를 정했는데 부담감을 많이 덜어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2∼3명 중 한 명이 점점 마무리 상황에 많이 나가게 되고, 좋은 흐름이 이어지면 자신감도 더 커지고 경쟁도 이뤄질 수 있다. 물론 우리 팀에 손승락(롯데), 정우람(한화) 같은 베테랑 마무리투수가 있다면 미리 맡기며 신뢰하겠지만, 젊은 투수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굉장히 클 수 있다. 지난 시즌 말 마무리 역할을 해준 조무근은 이닝소화능력도 좋고, 연투능력도 있는 투수다. 어떤 역할이 팀과 선수를 위해 가장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


-유한준과 이진영의 영입으로 외야 라인은 리그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지가 됐다.

“유한준은 외야 전 포지션이 된다. 이진영은 우익수 수비가 좋다. 김상현이 1루수와 지명타자를 맡고, 외야 자원 중 1루 수비가 가능한 인원이 내려오면 전력을 최대한 가용할 수도 있다. 캠프에서 누가 1루 수비가 되는지 확인해보겠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왔지만, (지난해 11월) 마무리캠프에서 하준호와 김사연도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오정복, 이대형, 김민혁 등도 있다. 건강한 경쟁을 기대하고 있다.”


-포수는 가장 아쉬운 포지션이다.

“김종민, 윤요섭, 김동명이 있다. 3명 다 강점이 다른 포수이기 때문에 경기 상황과 배터리를 이룰 투수의 특성에 따라 고루 기용해가며 최상의 카드를 찾아야 한다.”


-김동명은 타격 자질을 더 살리기 위해 2년 전 kt 이적 후 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했다. 다시 마스크를 쓰면서 굉장히 큰 다짐을 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2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의 공백이 있었다.

“마무리캠프를 잘 마쳤다. 당장 1군에서 마스크를 쓸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워낙 자질이 좋은 포수였다. 2년여 다른 자리에서 포수를 바라보며, 또 다른 다양한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캐칭과 블로킹은 여전히 수준급이다. 송구? 괜찮다. 세상에 완벽한 포수는 정말 만나기 어렵다. 다른 장점으로 부족한 부분을 가리면 된다.”

조범현 감독은 50경기 출장정지 징계 후 부산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포수 장성우에 대해선 “진심어린 반성과 절실한 마음, 그리고 동료들의 용서”를 기다리고 있다. 자신이 직접 추진해 많은 출혈을 감수하고 팀의 10년을 기대하며 영입한 포수였기 때문에 아픔은 크지만, 흔들림 없는 분명한 원칙이다. 올 시즌 50경기가 흘렀다고 당장 기용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도 제외했다.


-약 2개월간 미국에서 스프링캠프를 마치면 곧 kt의 2번째 1군 시즌이다.

“팬들에게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 지난해 팬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좋은 경기로 보답하고 싶다. 열심히 즐겁게 치열하게 훈련하고 돌아오겠다.”

수원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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