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이재원. 사진제공|SK 와이번스
류현진 대신 SK행…7년간 마음고생
선배의 중요성…내가 실천해야 할 때
후배들과 시너지…올해 20홈런 목표
SK 포수 이재원(28)은 서글서글한 인상과 달리, 프로 입단 후 오랜 시간 마음고생을 한 선수다. ‘류현진을 거르고 뽑았다’는 시선, 그리고 자신의 포지션인 포수로 마음껏 뛰지 못한 아픔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묵묵히 걸었다. 그리고 당당한 SK의 주전 포수로 성장했다. 이재원과 함께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보고 팀을 위한 진심을 들어봤다.
● 류현진과 포수 포지션, 7년간의 마음고생
2006년 SK에 1차지명된 뒤로 그를 지겹도록 따라다닌 꼬리표가 있다. 바로 동기 류현진(29·LA 다저스)이다. SK는 당시 동산고 좌완투수 류현진 대신 인천고 포수 이재원을 연고지 1차지명했다. 그 당시 류현진은 수술 후 재활 중이었고, SK는 1년 뒤 안산공고 좌완 유망주 김광현을 1차지명할 기회가 있었다.
청소년대표팀 주전 포수였던 이재원이 오른손 대타요원으로 출장 기회가 제한된 것과 달리, 비교대상이었던 류현진은 첫 해부터 한화에서 MVP(최우수선수)와 신인왕을 석권했다. ‘왼손 스페셜리스트’라는 꼬리표도 주전을 꿈꾸는 그에게는 달가울 리 없었다.
이재원은 “인천 출신이기 때문에 꼭 SK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선수들이 많아 ‘내가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입단하고 (류)현진이 얘기와 함께 욕도 많이 먹었다”고 떠올렸다.
비난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자신의 포지션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타격 재능은 오히려 그에게 ‘족쇄’가 됐다. 그는 “포수로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부족했다. 어릴 땐 어깨는 좋았어도 ‘공을 어떻게 잡아 던져야 하는지’ 같은 기본기가 부족했다.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몰랐던 부분도 많은 코치님들을 통해 배워나갔다”고 밝혔다.
● 선배의 중요성, 포수진 이끄는 이재원
당시의 마음고생은 성장의 기반이 됐다. 이재원은 “7년 정도는 고생한 것 같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묵묵히 있었지만,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래도 선배들이 힘을 많이 주셨다. 김재현 선배 등 대선배님들이 ‘힘내라’, ‘꾸준히 하다보면 좋아진다’는 식의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때 선배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선배들 덕에 이재원은 지금도 후배들을 살뜰히 챙긴다. ‘나도 선배들처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후배 김민식(27)과 이현석(24)을 이끌며 박경완 코치의 강훈련을 버텨내고 있는 그는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후배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 주전 포수 이재원, 목표는 ‘시너지’와 ‘20홈런’
올해는 선배 정상호(34·LG)의 FA(프리에이전트) 이적으로 주전 포수의 기회가 왔다. SK가 ‘포스트 박경완’으로 점찍고 1차지명한지 정확히 10년만이다. 이재원은 “작년에는 (정)상호 형과 반반씩 나눠 출장했다. 힘들면 의지할 데가 있는 게 장점이었지만 단점이기도 했다. 주전으로서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수비에 집중하다 보면 아무래도 타격도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게다가 2년간 포수로 뛰며 시즌 막판 타율이 하락세에 빠지는 경험도 했다. 그는 “체력 문제에 대해 준비를 잘하고 있다. 또 밑에 워낙 좋은 후배들이 있어 시너지 효과를 잘 내면 충분히 한 시즌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후배들도 좋은 기량을 가졌기에 경험만 쌓으면 어느 팀 못지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올해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 투수들이 잘 던지도록 하고, 공격에선 홈런 20개 이상은 쳐야 팀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재작년에 두 자릿수를 목표로 하고 12개를 쳤다. 작년에는 15개가 목표였는데 17개였다. 더 좋아져야 하지 않나. 올해는 20개가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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