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DB
■ ‘창단 첫 전국대회’ 물금고의 황금사자기
주말리그 거쳐 창단 7개월만에 출전
패기 넘친 플레이 불구 32강행 불발
“오늘은 끝이 아닌 시작.”
5일 목동구장. 창단 후 처음으로 전국대회인 황금사자기에 나선 물금고(경남 양산)선수단의 표정엔 긴장감보단 자신감이 흘렀다. 전국무대를 처음 밟아보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들은 주눅 들지 않았다.
물금고 야구부는 지난해 9월 창단해 돌도 채 지나지 않은 신생팀. 경남·부산 지역에서 모인 야구부 인원은 16명밖에 되지 않고, 팀의 주축을 맡아야할 3학년 졸업반은 없다. 그러나 올 전반기 주말리그 경상B조에서 2승2패(3위)로 선전해 황금사자기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창단 7개월 만에 밟는 첫 전국무대가 바로 황금사자기다. 68개 학교가 버티는 고교야구에선 그야말로 신선한 돌풍으로 통했다.
강승영(40) 물금고 감독은 신생팀의 예상치 못한 활약을 ‘패기’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대부분 이전 학교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은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라며 “이들이 한데 모여 무언가를 해내겠다는 생각이 팀의 원동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신생팀 사령탑이 갖는 고민거리는 강 감독도 피해갈 수 없었다. 특히 큰 경기를 앞둔 어린 선수들을 향한 걱정이 앞섰다. 강 감독은 “선수들이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크지만 경기 경험이 부족해 걱정이 조금 있다”면서 “첫 상대인 유신고가 경기권 강팀(경기B조 1위)이지만 도전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물금고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인물은 주장 왕재웅(18·2학년)이다. 왕재웅은 물금고와 처지가 비슷한 원동중 야구부(2011년 창단) 출신이다. 그는 원동중 졸업 후 경남고로 진학했지만 더 많은 경기 출전을 위해 물금고로 전학했다. 왕재웅은 “용의 꼬리가 되기보단 뱀의 머리가 되고 싶어 물금고로 전학을 왔다”며 다부진 각오를 펼쳤다. 이어 “도전이 여기서 끝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해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더 자주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시속 130km를 던지는 투수도, 3학년 졸업반도 없지만 물금고의 황금사자 도전기는 그 자체로도 의미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0-4로 져 32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들에겐 더없이 소중한 경험으로 남을 하루였다.
목동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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