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염경엽 감독이 다시 한 번 정상을 바라본다. 넥센의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에 대해 외부 평가는 야박하지만 염 감독은 정규시즌처럼 또 한번의 반란을 준비한다. 스포츠동아DB
준플레이오프(준PO)에 직행한 넥센 염경엽(48) 감독이 우승에 대한 대망을 드러냈다. 시즌을 앞두고 가장 강력한 꼴찌 후보로 꼽혔던 팀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우승의 반란으로 2016년의 대미를 장식하겠다는 각오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이 열린 11일, 염 감독은 그래서 준PO 1~2차전이 열리는 고척스카이돔에서 선수단 훈련을 지휘하며 마지막 구상과 점검을 했다.
염 감독은 개인적으로도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그는 자신을 ‘우승 도전 4수생’이라고 했다. 2013년 넥센 지휘봉을 잡고 처음 감독 생활을 시작한 뒤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주변에서는 “이만한 전력으로 이렇게 하는 게 어디냐”고 칭송하기도 했지만, 그는 “어차피 프로 세계에서는 1위만 존재할 뿐이다”고 말하고 있다. 염 감독은 2014년 기적처럼 한국시리즈까지 올라 준우승을 했지만, 최종전에서 삼성에 패한 뒤 잠실구장 인터뷰룸에서 패장 인터뷰 도중 눈물을 쏟으며 화장실로 뛰쳐나간 아픈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의 잔상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올 시즌에 앞서 전력누출이 심했던 넥센은 누가 봐도 가장 유력한 꼴찌 후보였다. 탈꼴찌만 해도 기적처럼 보였다. 마운드의 핵인 앤디 밴헤켄이 일본프로야구 세이부로 빠져나가고, 불펜의 핵 한현희와 조상우는 수술로 이탈했다. 마무리투수 손승락은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뒤 롯데로 이적했다. 마운드가 완전히 재편돼야하는 힘든 상황이었다. 타선도 2014시즌 후 강정호(피츠버그)에 이어 지난 시즌 후엔 박병호(미네소타)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중심타자 유한준도 FA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넥센은 새로운 야구로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비웃듯 3위로 준PO 직행 티켓을 따냈다.
염 감독은 “멤버가 좋고 안 좋고는 다음 문제다. 당일 승운만 따라주면 우리도 못할 게 없다. 시즌 전에 모두 우리를 꼴찌라고 예상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누구도 우리를 우승 후보라 말하지 않고 있지만 우린 다시 도전할 것이다. 이미 기적을 일으켰던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넥센 고종욱-맥그레거(오른쪽). 스포츠동아DB
염 감독이 꼽은 키플레이어는 투수 쪽에서는 스캇 맥그레거(30), 야수 쪽에서는 고종욱(27)이었다. “밴 헤켄은 제몫을 해줄 거라 믿기 때문에 맥그레거가 포인트다. 고종욱은 페넌트레이스만큼만 해주면 좋겠다”며 웃었다.
넥센 마운드 사정상 포스트시즌에 3선발로 돌릴 수밖에 없는데 파격적으로 준PO 1차전 선발로 들어갈 수도 있다. 3선발 체제라면 포스트시즌 일정상 1선발은 3일 휴식 후 4차전에 등판해야하는데, 시즌 중반 돌아온 37세 노장 밴 헤켄에게는 4일 휴식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신재영은 혜성처럼 등장해 정규시즌에서 15승을 올렸지만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
신재영이 마운드의 히트상품이라면, 고종욱은 올 시즌 야수 쪽 히트상품이다. 타율 0.334(527타수 176안타) 72타점 92득점 28도루로 넥센의 공격 선봉에 섰다. 가을야구 경험이 부족한 고종욱이 리드오프로 제몫을 해낸다면 승산이 있다는 뜻이다.
염 감독이 이끄는 넥센의 반란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깊어가는 가을,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 포스트시즌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