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이 ‘비정상 스케이트’ 신고 우승한 사연

입력 2017-01-09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차준환. 강릉|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무기 없이 전쟁에 참전할 수 없듯이 스케이트 부츠를 신지 않고 빙상종목에 출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스케이트 부츠의 상태가 선수의 경기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제71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 남자 싱글 우승자 차준환(16·휘문중)이 ‘비정상 스케이트 부츠’를 신고 경기에 나선 사연이 주목을 끄는 이유다.

차준환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156.24점을 획득,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기록한 81.38점을 더한 총점 238.07점으로 당당히 1위에 오른 뒤 취재진과 만나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트리플 플립~싱글 루프~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의 착지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잠시 머뭇거리다 “오른쪽 스케이트 부츠에 문제가 있었다”고 입을 연 것이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에서 쿼드러플(4회전) 살코로 이어지는 기술도 깔끔하게 소화했기에 경기 막바지 저지른 실수가 더욱 아쉬웠다.

차준환은 “오른쪽 부츠에 테이프를 감고 경기에 나섰다. 점프하기 위해 빙판을 찍는 순간에 밸런스가 무너졌다. 끝까지 동작을 연결하려 했는데 실수가 나왔다. 부츠가 다소 물렁물렁해진 상태다. 내가 착용하는 부츠와 비슷한 제품이 나와서 2개 정도 신어봤지만, 잘 맞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차준환에게 새 부츠가 필요하다. 지금 착용하는 부츠가 금방 물렁물렁해지기 때문에 테이프를 감아야 한다”고 전했다.

새 스케이트 부츠에 적응하는 것도 과제다. 빙판 위에서 고난이도 연기를 선보여야하는 피겨스케이팅선수들에게는 부츠와 궁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차준환은 “부츠의 사이즈만 맞으면 적응하는 것은 문제없다”며 “나는 부츠에 크게 민감하지 않아 금방 적응할 수 있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차준환의 소속사인 갤럭시아SM 관계자도 “핑계를 대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캐나다에 가서 가능한 빨리 새 부츠를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릉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