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김태군은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전형적인 ‘희생형 포수’다. “포수는 빛이 나선 안 되는 포지션”이라고 말하는 그의 자세가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안방마님의 정신력 덕분에 NC는 1군 진입 이후 별다른 포수 걱정 없이 험난한 정글의 세계를 헤쳐 나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는 노력의 산물
-6월30일 롯데전 3회 무사 1·2루에서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로 안타를 만들어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번트 사인이 났는데 ‘강공을 해도 좋다’는 지시였다. 이럴 때 보통은 우익수 쪽으로 밀어치려고 하는데 3루수도 앞에 와 있더라. 그래서 당겼는데(타구 바운드가 커서) 운이 좋았다.”
-김경문 감독에 따르면, ‘김태군은 그런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
“두산 (양)의지, 롯데 (강)민호 형처럼 내가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가 아니다. 스프링캠프에서 번트와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같은 팀플레이를 중점적으로 연마했다.”
-병살타를 예방하려는 노력으로 비친다.
“아무래도 그렇다. 발이 느리니까 주자 있을 때 땅볼이 나오면 병살타 확률이 높은 걸 알고 있다.”
-2017시즌 들어 공격 데이터가 부쩍 좋아졌다.
“작년에 팀이 준우승했다. 포수로서 팀이 많이 성장했음을 실감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수비에 비해 공격이 많이 떨어졌다. 생각이 많았다. 운 좋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발탁되며 형들이랑 연습할 기회가 생겼다. 돌이켜보면 양의지 형과 같이 한달이란 시간을 보낸 것이 좋았다. 팀에 돌아왔을 때 감독, 코치님이 책임감을 많이 느끼게 배려해주셨다. 그런 것들이 모여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 같다.”
-홈런(6월27일 마산 넥센전) 친 다음에 김경문 감독을 포옹했다. 약속을 했어도 막상 하려니 김 감독이 어려우니까 쉽지 않았을 텐데.
“감독님은 (손)시헌, (이)종욱이 형도 어려워하는 분이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감독님이 ‘너는 눈치 좀 봐라’고 말하신다.(웃음) 사실 나도 어렵다. 그러나 팀의 포수고, 이런 모습 보였을 때, 팀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왕 하는 거 시원하게 해보자’ 마음을 먹고, 눈 딱 감고, 했다. 화면을 나중에 봤는데, 감독님이 해맑게 웃으시더라. 나쁘진 않았겠구나 싶었다. 형들이 대단한 캐릭터라고 하더라. 손시헌 형, (김)성욱이, 나, 셋이 홈런이 없었다. 그 중에서 첫 홈런을 치는 사람이 포옹을 하기로 약속한 것인데 ‘하라고 진짜 하느냐’고 하더라. 다시 하라고 하면 힘들 것 같다.(웃음)”
-좌투수한테 굉장히 강하더라.
“전력분석팀에서도 그런 얘기해줘 알고 있다. 지난해는 언더 피처에 더 강했다. 올 시즌부터 스윙 궤도가 조금 달라졌는데 왼손피처한테 잘 맞는 것 같다.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NC 김태군. 사진제공|NC 다이노스
● NC는 미친 듯 노력하면 신분 가리지 않는 팀
-김태군의 야구 인생은 NC 이적 전후로 나뉠 것 같다. NC로 와서 많은 것을 얻었을 것 같다.
“김 감독님을 만났다. 주문하신 것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였다. 최기문 배터리코치님도 편하게, 능력발휘하게 해주셨다. ‘눈치 보지 말고 하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해가 거듭될수록 얻어가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첫해 신생팀으로서 좋은 성적을 냈다. 두 번째 가을야구를 했고, 세 번째는 플레이오프까지 갔다. 그 다음은 한국시리즈까지 갔다. 또 야구하며 인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와이프와 딸을 얻었다. 얻는 것이 많았고,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앞으로도 얻어가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NC란 팀이 강자의 지위를 잃지 않고 있다. 강팀의 포수는 어떤 조건을 가지고 있어야 하던가?
“일단 투수가 좋아야 한다. 그 다음에 수비력, 주루 그리고 공격 같다. KBO리그에서는 공격이 먼저라는 시선이 강한데 나는 좀 다르다. 우리 팀은 라인업을 봐도 다른 팀에 비해 어렵게 야구해서 기회 잡은 선수들이 많다. 그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미친 듯 파이팅 하는 문화가 이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신인 드래프트 지명 순위가 어떻든지 열심히만 하면 기회가 올 수 있는 팀이 우리 팀이다.”
-NC에서 어디에 방점을 찍는 포수인가?
“싸울 수 있는 위치를 만들어주는 자리다. 우리 팀은 불펜이 강하다, 발 빠른 주자가 대기하고 있고, 한방을 칠 수 있는 타자도 있다. 그러니까 6회 중반까지 싸우는 배경을 깔아주는데 전력을 다한다. 볼 배합은 물론이고, 경기흐름을 읽는 것, 위기에서 어떻게 흐름을 끊어주는 것에 전념한다. 사소하지만 포수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통산 도루가 1개뿐이다.
“내가 할일은 홈 플레이트에 있다. 그 안에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일 자신 있다. 그 밖은 내가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내가 먹고 살 수 있는 일은, 저 공간 안에서 결판난다. (달리기가 느리다고) 스트레스는 없다.”
-그래도 팀을 위해 병살타는 줄여야 될 텐데?
“그 부분이 취약하다고 생각하니까 다른 부분으로 커버하고 싶어서 연습 더 많이 했다.”

NC 김태군. 사진제공|NC 다이노스
● “포수는 빛이 나면 안 되는 포지션”
-포수로서 2015년 전 경기를 뛰었다. 지금도 NC는 포수 백업이 강하진 못하다.
“주위에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절대 비켜주고 싶지 않다. 내 몸이 부러지지 않은 이상…. 이 기회를 너무 어렵게 잡았기 때문이다. 사람인지라 한번씩 ‘오늘 좀 쉬고 싶다’ 이런 생각이 없진 않은데 휴대폰에 애기와 와이프 사진 보면 ‘힘내야지’, 이런 생각이 절로 난다. 한 팀의 주전포수라는 네임(name)을 단다는 것이 평생 꿈인 선수도 있음을 알기에 놓고 싶지 않다.”
-입단 초기 투수는 귀족, 외야수는 상인, 내야수는 서민, 포수는 거지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도 유효한가?
“그렇다. 투수는 1경기를 이기기 위해서 모든 관리를 다 받아야 한다. 그래서 귀족이라 말한 것이고, 외야수는 플라이볼 잘 잡고, 배팅만 잘 치면 된다, 자기가 먹고 살 것만 하면 된다고 그때 당시는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내야수는 잔 플레이를 많이 해서 그렇게 표현했다. 포수가 왜 거지냐면 궂은 일 다 하는 자리다. 그 자리에서는 빛이 나면 안 된다. 포수라는 자리에서 스타플레이어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빛이 나는 순간, 그 팀 성적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안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 야구관은 그렇다. 그래서 거지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야구관이 확고한 것 같다.
“고집이 센 편이다. 부산 사람이라서 그런지 남자다움을 중시하는 편이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철인(鐵人). 야구장 오면 무조건 포수는 김태군이라고 팬들이 생각하는 선수, 출장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포수이고 싶다.”
-국가대표가 된 것이 개인적으로 성취였을 것 같다.
“가문의 영광이다. 발탁됐을 때에도 ‘너의 공격력으로 어떻게 대표팀이 됐느냐’는 소리 들었지만 수비력으로 따지면 누구한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선발 되고, 3일 동안 생각이 많았다. ‘내가 어떻게 대표가 됐을까, 이 팀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막상 가니까 어디서나 해야 할 일이 있고, 배울 점이 있더라.”

NC 김태군(오른쪽). 사진제공|NC 다이노스
● NC 김태군
▲1989년12월30일
▲양정초∼대동중∼부산고
▲우투우타
▲182cm 92kg
▲2008년 LG 3라운드 전체 17순위 지명∼2013년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NC행
▲2017년 WBC 대표
▲2017년 성적=73경기 타율 0.276(214타수59안타, 7월3일까지)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