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이정후는 신인임에도 믿기지 않을 안타생산력을 과시하고 있다. 또 하나의 놀라움은 헛스윙 비율이 극단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고척 | 김진환 기자 kwangshin@donga.com
고졸과 대졸 신인타자들이 프로 데뷔 초반 1군 무대에서 눈물을 쏟는 이유는 다양하다.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는 체력적으로 학생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체력적인 어려움은 주전이 된 후의 문제다. 기술적인 부분이 첫 번째 관문이다.
신인 타자 대부분 아마추어 때는 만나기 어려웠던 컷 패스트볼·투심 패스트볼의 위력, 체인지업의 현란함, 노련한 투수들과의 승부에 속수무책 삼진을 당한 후 1군을 소리 없이 떠난다.
그러나 넥센 이정후는 열아홉 신인으로 KBO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4.1%의 믿기 힘든 헛 스윙 비율을 기록 중이다. 리그 전체에서 두 번째로 헛스윙을 허용하지 않는 타자다.
9일 기준으로 KBO리그에서 44명의 타자가 규정타석을 채웠다. 이 중 헛스윙 비율이 가장 낮은 타자는 타격왕 KIA 김선빈으로 3.3%를 기록 중이다. 이어 이정후가 2위다. 3위는 넥센 김하성으로 4.6%의 헛스윙 비율을 마크 중이다. 리그 전체에 6% 이하 헛스윙 비율을 지키고 있는 타자는 8명 뿐이다.
열 번 배트를 돌리면 한 번 이상 헛치는 헛스윙 비율 10% 이상 타자는 17명에 달한다. KIA 버나디나, 삼성 구자욱 등 각 팀을 대표하는 타자들이 모두 이 구간에 머물고 있다. 가장 높은 헛스윙 비율은 한화 하주석의 13.3%다. 그만큼 베테랑 타자들도 수준급 투수들과의 승부가 어렵다.
넥센 이정후. 스포츠동아DB
이정후는 만 19세 고졸 1년차 타자이지만 10일까지 133경기에서 506타수 165안타 타율 0.326를 기록 중이다. 리그 16위의 타율이다. 홈런 2개, 4할대 초반 장타율이 보여주듯 힘 있는 타격보다는 높은 정확성이 강점이다. 타석 당 삼진수도 0.10개로 리그에서 세 번째로 낮다.
신인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이정후의 가장 큰 힘은 높은 선구안과 약점이 적은 타격 폼이다. 안치용 KBSN 해설위원은 “선구안이 굉장히 뛰어나다. 특히 타격 때 머리와 상체 움직임이 매우 적다. 그만큼 정확한 타격이 가능해 선구안과 함께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는 타격 폼이다. 장타보다는 안타에 집중하는 자신의 스타일에 최적화된 타격이 고졸신인이지만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힘이다”고 분석했다.
이정후가 데뷔하기 전까지 최근 데뷔시즌에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고졸 타자는 KIA 안치홍(27)이다. 2009년 홈런 14개를 기록했고 올스타전과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홈런을 쳤다. 이정후와 스타일은 달랐다. 안치홍은 당시 일발장타력이 돋보였다. 타율 0.235를 기록했고 헛스윙율은 12%였다. 안치홍은 1군 투수의 패스트볼을 홈런으로 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지만 1군의 낮선 변화구에 삼진을 많이 당했다. 그러나 이후 변화구 대처 능력을 키우면서 3할 타자로 성장했다.
이정후는 현재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1군에서 타율, 최다안타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안치홍과는 반대로 장타력 키우기에 도전한다면 그 여정도 매우 흥미로운 도전이 될 전망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