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대표이사 “최하위 대전…선수들 자신감부터 심어줄 것”

입력 2017-11-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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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원로’ 김호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K리그로 돌아온다. 위기의 팀 대전 시티즌을 이끌 대표이사로 치열한 축구현장에 컴백했다. 대전 사령탑을 맡기도 했던 김호 신임 대표이사는 “고향에 돌아왔다”며 밝게 웃었다. 스포츠동아DB

■ 김호 대전 시티즌 새 대표이사

2007년 대전 감독으로 6강 PO 좋은 기억
“명확한 방향 설정으로 ‘롱런 구단’ 만들것”


“돌고 돌아 고향에 다시 왔네요.”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대전 시티즌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호(72)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첫 마디다. 대전은 1일 구단 이사회를 열고 용인축구센터 총감독으로 활동해온 김 감독에 대표이사를 맡겼다.

현장 지도자 출신으로 풍부한 경험을 쌓은 김 대표를 경영인으로 불러들인 것은 그만큼 대전이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지역 출신을 모셔오는 코드 인사로는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대전은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이했지만 안타깝게도 항상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성적도 바닥을 쳤다.

지난달 29일 막을 내린 챌린지 정규리그에서 대전은 꼴찌(10위·승점 29)를 했다. 승격은커녕 9위 안산 그리너스(승점 33)와의 격차마저 큰 완전한 실패였다. 침체에 빠진 구단의 도약을 위해 프로축구 전반에 이해도가 높은 전문 인사가 필요하다는 축구계의 지적에 김 대표와 한배를 타게 됐다.

물론 김 대표와 대전의 인연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간은 2007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4대 사령탑에 취임한 김 대표는 대전의 K리그 6강 플레이오프(PO) 진출을 이뤘고, 국내 감독으로 최초로 K리그 200승을 달성했다. 대전은 이듬해 7월 명예시민증을 수여하며 김 대표의 공로를 인정했다. 그가 스포츠동아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고향에 복귀했다”는 소감을 말한 배경이다. 울산현대(1988∼1991)∼수원삼성(1995∼2003) 등 빅 클럽들과도 오랫동안 함께 했으나 대전은 그야말로 밑바닥부터‘만들어가는’ 팀으로 김 대표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대전 감독 시절 김호-고종수. 사진제공|대전 시티즌


대전으로부터 이사회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대표이사직을 제안 받은 김 대표는 급진적인 변화보다 점진적인 발전을 꾀할 참이다. 대대적인 개혁도 좋지만 특히 기존 직원들의 사기진작에 먼저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걸 바꿀 수는 없다.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직접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현재의 상황을 눈과 귀로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보완할 부분과 채워야 할 점들을 하나하나 바꿔나갈 것”이라고 했다.

선수단에는 ‘용기’를 강조했다. 거듭된 졸전과 아쉬운 결과로 대전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지금의 뿌리 깊은 패배의식을 떨쳐내지 못하면 내년 시즌도 좋은 성과를 목표하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의 선수단 일부 물갈이는 예고된 수순이다. 살아남는 자들이 더 잘하기 위해선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 자신과 동료들을 믿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확신이 있어야 내일을 바라볼 수 있다”고 했다.

동시에 미래도 착실히 설계할 계획이다. 대전을 떠난 뒤 줄곧 유소년 육성에 매달려온 김 대표는 “잘 키운 씨앗 하나가 전체를 바꿀 수 있다. 우리 구단만의 명확한 방향설정과 제도개선을 통해 튼실하게 롱런할 수 있는 대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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