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스폰서 구하기 진실공방의 팩트체크

입력 2019-06-12 10: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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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 감독. 스포츠동아DB

김호철 감독. 스포츠동아DB

한동안 수면 속에 있던 김호철 전 남자국가대표팀 감독의 이직파문이 다시 물 위로 떠올랐다. 7월9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재심을 앞두고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최근 KBS-TV에서 김호철 감독의 인터뷰를 내보낸 것이 발단이다. 김 감독의 주장은 이미 스포츠동아 등에서 보도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직파문 당시 벌어진 일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말했다.

이 보도를 보고 10일 오후 대한배구협회가 보도자료를 냈다. 제목은 ‘김호철 감독 이직파문 후 KBS 인터뷰에 대한 사실관계 해명’이었다. 이번에는 보도자료와 첨부파일에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켰다. 그동안 같이 운동하는 사람의 의리와 고등학교 선배라는 인연을 생각해서 김호철 감독이 굳이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번 스캔들에 깊숙이 개입된 것으로 배구계의 많은 사람들이 알던 이름이었다. 그분이 직접 쓴 사실관계 해명서까지 보냈다.

굳이 이런 자료까지 배구협회가 내야 했는지 여전히 기자는 의문을 가지지만 해명자료가 부실했다. 노컷뉴스가 11일 해명서에 잘못된 부분이 많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협회로서는 이제 이 기사에 새로운 해명을 또 내놓아야 할 처지다. 이참에 기자도 10일 협회가 보냈던 보도자료를 유심히 살펴봤다.

“‘2019 VNL챌린저컵 참가를 위해 김호철 전 감독에게 후원 요청했다’고 한 부분에 대해, 배구협회는 2017년 11월13일 국가대표팀 마케팅대행사인 갤럭시아SM과 4년간 독점계약을 맺어 김호철 감독에게 후원사 섭외를 부탁할 이유가 전혀 없음을 밝혀둔다. 협회는 갤럭시아SM, 신한금융지주와 국가대표팀 마케팅계약(2018.5.1.∼2021.4.30./3년간)을 체결한 상태로 배구협회는 삼자간의 계약에 의거 대표팀 유니폼 광고는 신한금융지주로 이미 결정되어 해외에서 개최되는 2019 VNL챌린저컵에 남자대표팀이 참가한다고 하더라도 신한금융지주 이외의 후원사에게 광고권리를 부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배구협회는 대표팀 후원참여 문의가 오면 마케팅대행사 갤럭시아SM 담당자에게 연결시켜 주는 역할이며 협회가 마케팅업무를 직접 담당하지 않고 있다”고 배구협회는 주장했다.

그보다 앞서 대한배구협회는 4월22일 보낸 ‘김호철 남대표 감독 징계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협회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도 대표팀 감독이 스폰서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닌 적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발표문을 보면 “2018 VNL 남자대회에서 1승14패로 16위 최하위로 2019 VNL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2019 VNL 챌린지컵은 VNL 아시아예선전에서 우승한 이후, VNL 남미예선전 우승팀과의 플레이오프 매치에서 이겨야 2019 VNL 출전권이 주어진다. 또한 챌린지컵에 출전하더라도 유럽, 북중미 등 강팀들을 이기고 1위에 올라야 2020 VNL에 출전 가능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올림픽 출전권 확보에 집중하는 차원에서 감독과의 협의를 거쳐 챌린지컵에 출전치 않기로 결정하였으며 협회는 김호철 감독에게 대표팀 훈련을 비롯한 운영 전반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였지 재정적인 업무를 부여한 사실이 없음을 밝힌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협회의 주장에 대해 반대편 당사자인 김호철 감독은 다른 얘기를 한다. 4월22일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도 협회 고위층이 요청해 자신이 스폰서를 구하러 뛰어다녔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지면관계상 그가 말했던 내용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본인이 기억하는 것들을 자세하게 밝힌다. 양쪽의 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디가 진실을 말하는지 알 수 있다.

“3월경 대표팀의 1년 운영방안을 마련하는 자리에서 스폰서 얘기가 나왔다. 협회가 예산이 없어 챌린지컵에 나갈 수 없다고 해서 그렇게 되면 선수들을 일찍 모아서 훈련시킬 명분이 없었다. 무턱대고 훈련만 하기는 그래서 4~5월 정도에 선수들을 소집해 훈련한 뒤 5~6개국을 초청하는 국제대회를 한국에서 여는 방안을 말했다. 마침 여자대표팀도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우리나라에서 여는데 우리도 하자고 건의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1억5000만원 정도가 들 것으로 봤다. 그래서 ‘협회가 스폰서를 잡아주셔야 한다. 만일 그게 안 되면 내가 뛰어다니면서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고위임원이 ‘그럼 안 된다. 대표팀 감독이 스폰서를 구하러 뛰어다니는 것이 밖으로 알려지면 큰일이 난다’고 했다. 그 자리는 이렇게 정리가 됐는데 공식회의가 끝나자마자 고위임원이 나를 따로 불렀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이 스폰서를 좀 알아봐라. 예전 현대컵도 있고 하니 천안 홍천 등 아는 곳에 연락해서 한번 해봐라’고 했다. 그래서 먼저 스포츠 관련 예산이 남아 있다는 얘기를 듣고 화성시에 연락했는데 담당자가 이미 올해는 끝났고 추경예산도 받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현대캐피탈에 부탁했고 안 된다고 해서 OK저축은행 최윤 회장에서 부탁하러 연락한 것이 이적문제의 시작이다. 당시 협회 유니폼에 신한금융지주회사가 메인스폰서로 참여하는 것도 알고 있어서 유니폼 어깨부분에 새로운 스폰서 로고를 붙이면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협회 직원에게 물어보고 확인까지 해달라고 했다.”

양쪽의 주장을 들어보면 분명 대한배구협회와 김호철 감독 가운데 한쪽은 기억력이 아주 나쁘거나 왜곡된 기억만 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이번 사안과 관련해 팩트를 체크할 것들은 많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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