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김연경의 선택과 흥국생명의 선택

입력 2020-06-02 1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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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스포츠동아DB

김연경(32)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김연경이 흥국생명을 만나 V리그 복귀 의사를 타진했다”는 언론 보도가 1일 나왔다. 터키리그 엑자시바시와 2년 계약을 마치고 귀국한 김연경이 새 시즌을 함께할 팀을 알아보던 도중에 전해진 뉴스다. 최근 배구계에서 조금씩 나돌던 소문이 실체로 드러난 것이다.

김연경의 에이전시도 흥국생명과 접촉한 사실을 인정했다. 아이엠컨설팅은 “김연경이 국내로 들어온 뒤 편하게 알고 지낸 흥국생명 쪽과 V리그에 복귀할 수 있는 방법을 놓고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흥국생명 또한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접촉 사실이 공개된 이상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로 결론을 내 불확실성을 없애겠다는 것이 흥국생명의 의사다.

다음 시즌을 앞두고 김연경 앞에 펼쳐진 선택지는 2개다.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아시아권의 팀을 물색해온 그는 중국 또는 일본으로 가거나 V리그로 복귀하는 것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중국 또는 일본행은 에이전트가 원하는 방안이다. 몇몇 후보 팀도 있다. 연봉 규모가 크고 계약이 성사되면 에이전트 대행료도 만만치 않다. 다만 오랜 해외생활에 지친 김연경이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V리그 복귀에는 걸림돌이 많다. 우선 흥국생명과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2013년 흥국생명과 감정싸움 끝에 해외로 진출하면서 V리그 차원의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현재 임의탈퇴 신분이다.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는 김연경이 V리그로 돌아올 경우 2년간은 흥국생명 소속이라고 결정했다. 김연경이 V리그 컴백을 원한다면 우선 흥국생명이 임의탈퇴를 풀어줘야 한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정말로 복귀를 원한다면 함께하겠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현재 리그 규정상 김연경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연봉은 6억5000만 원이다. 각 구단은 샐러리 캡 19억 원+옵션 캡 4억 원 등 총액 23억 원을 쓸 수 있다. 한 선수가 받는 최고 연봉은 전체의 25%다.

광고출연 등으로 뒷돈을 줄 순 없다. 시즌 후 검증하는 규정까지 새로 만들었다. 4월 9일 KOVO 이사회에서 여자부 샐러리 캡을 놓고 흥국생명과 나머지 5개 구단이 표 대결을 벌였던 이유다. 당시 흥국생명은 샐러리 캡을 30억 원으로 높이자고 주장했지만, 5개 구단은 김연경의 유턴 가능성을 고려해 반대했다.

흥국생명은 규정을 따르려고 한다. 김연경은 엑자시바시에서 16억 원 가량의 연봉을 받고 세금의 일정액까지 구단이 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김연경이 흥국생명 선수가 되면 큰 연봉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흥국생명은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이재영-다영 자매와 계약했다. 이재영은 연봉+옵션 등 6억 원, 이다영은 4억 원을 받는다. 여기에 김연경이 6억5000만 원을 받을 경우 흥국생명이 나머지 선수들에게 쓸 수 있는 돈은 6억5000만 원뿐이다. 흥국생명으로선 기존 선수들을 내보내거나 다른 팀에 임대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다. 김연경 스스로 연봉을 줄여 다른 선수들이 뛸 여지를 주지 않는 한 이 방법밖에는 없다.

김연경이 흥국생명에 합류하면 리그 전체의 전력균형이 무너질 것은 분명하기에 다른 구단들도 흥국생명의 편법 동원 여부를 예의주시할 것이다. ‘정도경영’이 모기업의 경영방침이기에 흥국생명 역시 굳이 편법을 쓸 것 같진 않다. 다만 “김연경은 워낙 특별한 선수인 만큼 스타선수의 광고출연에 유연성을 두고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KOVO 이사회에 호소할 가능성은 있다. KOVO 이사회에서 활로를 열어준다면 김연경의 복귀는 훨씬 쉬워지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정말로 오겠다고 마음을 정해야 KOVO 이사회에 호소라도 하겠지만 특별대우를 전제로 영입할 순 없기 때문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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