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상대 자극 않는 게 핵심” 윌리엄스-류중일, 불문율을 말하다

입력 2020-10-18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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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지켜지고 있는 규칙. 불문율의 사전적 의미다. 프로스포츠에선 경기에서 통용되는 암묵적 규칙 또는 금기사항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다 보니 자의적으로 불문율을 해석해 충돌을 빚는 상황도 종종 나온다.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야구의 불문율은 큰 점수차에서 도루를 하지 않는 것이다. 메이저리그(ML)에선 타자가 홈런을 치고 배트플립을 하는 등의 행위도 곱지 않게 본다. 2010년대 초반 KBO리그에서 외국인투수들과 국내타자들 사이에 갈등이 존재했던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16일 잠실 KIA 타이거즈-LG 트윈스전에서도 불문율의 차이에 따른 해프닝이 발생했다. LG가 7-0으로 앞선 7회말 1사 1·3루 양석환 타석 때 히트앤드런 작전을 펼친 것을 두고 공수교대 때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이 LG 김재걸 코치에게 뭔가 이야기를 건네는 장면도 포착됐다. 불문율을 확인하는 차원이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감독자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윌리엄스 감독이 KBO리그의 불문율을 제대로 이해할 기회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가 17일 경기에 앞서 LG 류중일 감독의 방을 찾아간 것도 그래서다. “KBO리그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성공한 커리어를 가진 류 감독이 불문율과 관련해 대화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두 사령탑은 15분 가량 대화를 나누며 의견을 공유했다. 류 감독은 윌리엄스 감독에게 “KBO리그의 불문율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는 말도 건넸다.


류 감독은 18일 경기에 앞서 “좋은 시간이었다”며 “불문율은 생각의 차이라고 본다. 나도 윌리엄스 감독에게 ML의 불문율과 관련해 물어보기도 했는데,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더라. (16일 경기에서도) 히트앤드런 상황이 초구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볼카운트 3B-2S는 자동으로 스타트를 끊는 상황이니 불문율을 어긴 것은 아니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우리도 ML로부터 배우고 있다. 윌리엄스 감독은 ‘7회 이후 7점차 이상 리드 시 볼카운트 3B-0S서 타격하지 않는 것’도 불문율이라고 하는데, 문화의 차이도 있다고 본다. 오히려 배려를 하면 상대 팀이 ‘우리를 얕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감독도 “(류 감독과 대화는)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불문율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류 감독님에게도 ‘KBO리그의 불문율은 무엇인가’를 물었다. 요즘 ML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고, 그들은 배트플립과 세리머니 등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 같은 옛날 사람들은 생소하기도 하지만, 야구가 변하는 만큼 적응할 필요는 있다. 나도 KBO리그에선 선수들이 정해놓은 규칙 등을 확실히 지키는 게 맞다고 본다. 선수들이 그런 부분들을 지키는 데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다. 결국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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