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 사진제공 | KBL
둘의 ‘브로맨스’는 프로농구계에선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이승현이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둘은 틈만 나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우정을 다졌다. 이승현은 이종현을 ‘내 동생’이라고 부른다.
이승현과 이종현이 다시 한 팀에서 뛴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트레이드는 큰 화제가 됐다. 이종현은 내심 바랐던 오리온행이 이뤄져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올 여름부터 이종현이 오리온으로 이적을 원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승현도 마찬가지다. 오리온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최진수가 떠난 것은 아쉽지만, 각별히 아끼는 동생과 동고동락하게 됐다. 대학 시절처럼 함께 팀을 정상에 올려놓는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예전처럼 둘이 함께 뛰면서 팀에 많은 승리를 안기기 위해선 이종현이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경기력 회복이다. 이종현은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에서 5경기 출전에 그쳤다. 평균 출전시간은 6분 정도였다. 지난달 24일 전주 KCC전을 끝으로는 아예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현대모비스에 함지훈, 장재석 등 좋은 빅맨들이 포진해 상대적으로 출전시간이 충분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종현이 내부경쟁에서 밀린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2018~2019시즌 도중 큰 부상을 입어 총 3차례 수술을 받았다. 왼쪽 무릎이 계속 그를 괴롭혔다. 재활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2019~2020시즌 말미 어렵게 복귀했지만, 부상 트라우마 때문인지 골밑 몸싸움을 주저했다.
센터 포지션은 몸싸움을 피할 수 없다. 이승현이 이종현보다 신장이 작아도 좋은 빅맨으로 인정받는 것은 수비, 몸싸움, 리바운드에 능해서다. 이 부분에서 적극성을 보이지 못한 이종현의 출전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현재 이종현의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 무릎은 거의 완벽하게 회복됐다. 곧장 경기에 출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종현이 확실하게 부활하려면 정신적으로 더 강해져야 한다. 더 부딪히면서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이승현의 존재가 이종현에게는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 코트 안팎에서 자신을 확실히 붙잡아줄 수 있는 든든한 형이 이종현의 재기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