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이제는 남이 된 김연경과 흥국생명에 남은 선택

입력 2021-05-23 1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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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스포츠동아DB

19일 석가탄신일 밤 흥국생명은 또 한번 뉴스의 중심에 섰다. 김연경(33)이 팀을 떠나 중국리그 상하이로 간다는 방송 보도가 나왔다. 그동안 구단의 잔류 요청에도 확답을 주지 않았던 만큼 충격은 컸다. 사전에 어떤 언질도 받지 못했던 구단은 김연경에게 부랴부랴 연락해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김연경의 해외 이적은 보도가 있기 며칠 전 결정됐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마지막 절차가 남았기에 흥국생명에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구단으로선 결과적으로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결국 이번 이별 과정에서도 감정의 앙금이 생겼다.


김연경은 8년 전에도 흥국생명에 큰 상처를 남기고 떠났다. 언론과 팬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구단과 대립하면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라는 국제배구연맹(FIVB)의 결정을 얻어냈다.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과정은 치열했고, 두 번 다시는 흥국생명을 볼 것 같지 않았다. 한국배구연맹(KOVO) 회원사로서 V리그의 규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흥국생명은 규정대로 김연경을 2013년 7월 1일 임의탈퇴로 묶었다. 김연경이 V리그로 돌아오겠다고 해서 지난해 6월 30일 임의탈퇴를 해지시켰지만, 이번 해외 이적으로 또 규정을 따라야 한다. 한 선수를 놓고 같은 팀에서 2차례나 임의탈퇴 규정을 적용하는 일이 벌어질 참이다. 질긴 악연이다.


이제 김연경에게 남은 선택지는 2개다. 중국리그에서 짧은 시즌을 보내고 돌아와 다시 흥국생명 소속으로 한 시즌을 보내거나, 흥국생명의 양해를 얻어 마지막 족쇄를 푸는 것이다. V리그의 다른 팀, 현실적으로는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의 유니폼을 입기 위해 김연경은 탄탄한 팬덤과 언론의 지원을 이번에도 기대할 것이다.


그동안 다양한 변수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흥국생명의 선택지도 깔끔해졌다. 김연경이 돌아오면 죽이 되건 밥이 되건 남은 1시즌을 치르거나, 이번에 인연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의 통 큰 배려를 기대하겠지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게 세상 이치다.


궁금한 것은 해외 이적에 얽힌 김연경의 속내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내용은 V리그보다 많은 연봉과 상대적으로 짧은 시즌 일정이다.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김연경은 흥국생명과 몇 차례 만났다. 구단은 최고 대우를 약속했지만 확답을 주지 않았다. 김연경은 그 대신 잔류의 전제조건으로 ‘알려지지 않은 요구’를 했다. 해외 이적을 확정한 뒤 박미희 감독과 통화할 때도 김연경이 팀을 떠난 이유로 언급한 내용이다. 언젠가는 알려질 것이고, 사람들은 김연경이 왜 그런 요구를 했는지 더 궁금해 할 수 있다.


지난 시즌 흥국생명과 김연경은 함께 지내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 때로는 아름답게 포장됐고, 때로는 진실의 파편들이 드러났는데 그 속에는 여러 불편한 얘기도 감춰져 있다. 이제는 남이 된 관계이기에 그것들이 대중에게 알려질 가능성은 더 커졌는지 모른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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