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채호. 스포츠동아DB
2021시즌 개막을 앞두고 SSG 마운드의 히든카드로 주목받았지만, 1군 3경기 등판이 전부였다. 눈에 띄는 기록을 남기지 못했고, 1군 경험 자체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올해도 5월 22일 정성곤과 맞트레이드돼 KT로 이적하기 전까지는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러나 6월 2일 친정팀 SSG를 상대로 시즌 첫 등판에 나선 뒤부터 6월 21일 수원 NC 다이노스전까지 10연속경기 무실점 행진을 펼치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24일까지 올 시즌 27경기에서 4승(무패)2홀드, 평균자책점(ERA) 1.29의 호성적을 거두며 초반의 활약이 반짝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0.96의 이닝당 출루허용(WHIP), 0.188의 피안타율도 그의 안정감을 설명하는 지표다. 이채호는 “요즘은 접전 승부에도 마운드에 오르다 보니 긴장감도 있지만, 또 재미있기도 하다”며 “홀드 상황이나 동점에 등판하면 책임감도 더 커진다”고 말했다.
지금은 키 185㎝-몸무게 85㎏의 당당한 체격을 자랑하지만, 중학교 때는 좀처럼 키가 자라지 않아 고민이 컸다. 개성중학교에서 원동중학교로 전학한 뒤 키가 자란 덕분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원동중 이상훈 감독은 “(이)채호가 우리 학교로 전학온 뒤 키가 20㎝는 컸다. 그 때부터 경쟁력이 생겼다”고 회상하며 “내가 가장 믿는 투수였는데, 이제는 KT에서도 없어선 안 될 투수가 됐다”고 뿌듯해했다.
KT 이채호. 스포츠동아DB
이채호는 “처음에는 키가 많이 작고, 힘도 없었다”며 “야구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는데, 아버지께서 많이 기다려주시고 선택권도 주셨다. 다행히 전학을 가서 키가 많이 크고, 힘도 붙었다. 아버지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강철) 감독님과 제춘모 코치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믿어주신 만큼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아진 것 같다. 동기부여도 커졌다”고 덧붙였다.
KT에 새로 둥지를 튼 직후에는 ‘1군 생존’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꾸준히 마운드에 오르면서 목표도 상향 조정했다. 이채호는 “가을야구 무대도 밟고, 한국시리즈에도 가고 싶다. 또 40~50이닝 정도는 던지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기록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매일 잘할 수는 없고, 기록에 중점을 뒀다가 잘 안 되면 실망감도 클 것 같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그저 열심히 던지자는 마음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