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미착용 이란 女 선수, 서울서 대회 출전 후 실종”

입력 2022-10-18 16: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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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나즈 레카비.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서 히잡을 쓰지 않고 경기를 한 이란 여성 선수가 이틀 동안 실종상태이며, 당국이 처분을 위해 서둘러 귀국시켰다는 보도가 나왔다.

18일(한국시간) 영국 가디언은 BBC 페르시안 서비스(이란)와 이란 반체제 온라인 매체 이란 와이어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BBC 페르시안은 엘나즈 레카비(33) 선수의 친구들이 일요일부터 그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유력한 소식통을 인용해 레카비가 여권과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고도 했다.

레카비는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잠원한강공원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서울 스포츠클라이밍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경기를 마친 이후 행방이 묘연하다. 당시 그는 히잡을 쓰지 않고 경기에 나섰다. 머리카락을 뒤로 묶고 등반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BBC월드 진행자 라나 라임푸르는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레카비가 테헤란 행 비행기에 탑승했다”며 “그녀의 안전이 걱정된다”는 트윗을 올렸다.

반체제 온라인 매체 이란 와이어는 레카비가 서울 소재 주한이란 대사관으로 이송 돼 최소한의 조사만 거쳐 본국으로 보내지도록 조치됐다고 보도했다. 이란 와이어는 소식통을 인용해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항의 시위를 피하기 위해 레카비가 예정보다 하루 이른 현지시각 18일 귀국한다고 덧붙였다. 즉 레카비의 ‘실종’은 이란 당국의 긴급 송환 작전이라는 것. 레카비가 귀국 즉시 투옥 될 것이라고 관측도 있다.

주한이란 대사관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레카비가 다른 팀 동료들과 함께 18일 아침 일찍 이란으로 출국했다며 실종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주한이란이슬람공화국대사관은 레카비와 관련된 모든 가짜뉴스, 거짓정보를 부인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세계 스포츠클라이밍 선수권 대회에서 이란 여성 최초로 메달을 딴 레카비는 지난 16일 결승전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경기에 나섰다. 이란의 여성 스포츠 선수들은 국외 대회에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 레카비가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것은 이란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대한 연대의 표시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4위를 했다.

이란에서는 지난달 13일 히잡 불량착용을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던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그간 이란 정부에 누적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반체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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