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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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도약의 기회를 눈앞에 두고 한 차례 미끄러졌지만, 남은 시즌 동안 짚고 가야 할 요소들도 재차 확인했다.

흥국생명은 7일 1위 현대건설과 홈경기에서 셧아웃 승리로 1·2위간 승점차를 없앴다. 이어 현대건설이 10일 페퍼저축은행과 원정경기에서도 져 선두가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흥국생명에는 11일 IBK기업은행과 홈경기가 절호의 기회였다.

흥극생명은 올 시즌 기업은행을 상대로 무척 강했다. 4라운드까지 전승이었다. 승점을 허용한 적도 없었다. 기회일수록 더 신중하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흥국생명도 잘 깨닫고 있었지만, 이날은 뜻대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결국 기업은행에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다.

흥국생명이 보완해야 할 점이 명확히 드러난 한판이었다. 서브에서 득점이 자주 나오고 범실이 적어야 안정적 경기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흥국생명 선수들도 잘 안다. 김연경 역시 “서브가 강하게 잘 들어갈 때 경기가 잘 풀린다”고 말한 바 있다. 김대경 흥국생명 감독대행은 서브로 기업은행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 생각이었지만, 표적으로 삼은 표승주가 리시브 효율 36.11%로 예상보다 잘 버텼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내부에 있었다. 1개에 그친 서브 득점에 반해 서브 범실은 7개에 달했다.

세터들의 공격전개도 원활하지 않았다. 흥국생명은 기존 세터 김다솔의 공격전개 패턴이 상대방에게 읽힐 때쯤 이원정의 출전 비중을 높였다. 그 결과 김연경과 세터의 호흡이 좋아져 공격점유율 상의 변화도 생겼다. 하지만 기업은행전에선 이원정과 김다솔이 출전 비중을 나눠 뛰었음에도 기업은행 블로커들에게 번번이 막혔다. 이날 흥국생명은 블로킹 4개에 그친 반면 기업은행은 15개로 펄펄 날았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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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선수들은 지난달 2일 구단이 권순찬 전 감독을 갑작스럽게 해임한 여파를 오롯이 견뎌야 했다. 그럼에도 선두싸움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았다. 남은 스태프와 선수들이 합심한 결과다.

최근까지도 김 대행은 선수들에게 전술적 혼동을 주지 않기 위해 권 전 감독 시절 사용하던 포메이션을 한동안 유지했다. 하지만 단순히 전술 유지에만 얽매이지 않았다. 상대방에게 수를 읽힐 때쯤 전술적 변화를 가미하는 등 다양한 시도로 답을 찾기 시작했다. 매번 붙여서 기용하던 김연경과 옐레나를 대각에 배치해 옐레나에게 편향되던 공격점유율을 분산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김 대행이 이번에도 묘수를 찾아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