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활용 고도화’ 한화 변화의 중심, 10개 구단 유일 ‘전략팀’

입력 2023-03-05 13: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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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전략팀 박기태 대리(왼쪽)와 외국인투수 버치 스미스가 태블릿 PC를 통해 한화 자체 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히츠(HITS · Hanwha In-game Tactic Solution)’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KBO리그 10개 구단의 프런트 조직은 대동소이하다. 선수단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운영팀, 선수 영입을 담당하는 스카우트팀, 경기장 안팎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마케팅팀, 미디어를 통해 구단 소식을 알리는 PR팀 등으로 대개 구성돼 있다.

프로야구 원년(1982년) 이래 이 틀에서 벗어난 구단은 수 년 전까지 단연 없었다. 그러나 변화하는 현대 야구에 발 맞춰 구단들의 ‘조직 혁신’은 최근 점차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팀은 단연 데이터 활용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는 한화 이글스다.

한화에는 다른 구단에 없는 ‘전략팀’이라는 조직이 있다. 데이터 분석을 주 업무로 하는 부서로 타 구단 데이터 파트와 유사해 보일 수 있지만, 외국인선수 스카우트를 비롯해 프리에이전트(FA) 계약 및 트레이드 추진 등 선수단 구성의 전략 기능을 포괄한다. 구단의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중요한 임무를 가진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전략팀은 박찬혁 대표이사가 2020년 11월 부임 후 한화의 사정을 면밀히 살펴봐 직접 꾸린 조직이다. 박 대표는 한화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데이터 분석 및 선수단 구성의 전략적 추진 역량’이라고 판단했다.

박 대표는 3년 내 리그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고자 외부 전문 인력으로 별도 팀을 구성해 구단 고유 통합 데이터 분석 시스템, ‘히츠(HITS · Hanwha In-game Tactic Solution)’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국내 최초로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를 도입해 현장 중심적 성격을 부여한 것도 이 과정의 연장선상이었다.

한화 문동주가 태블릿 PC를 통해 한화 자체 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히츠(HITS · Hanwha In-game Tactic Solution)’를 살펴보며 자신의 투구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전략팀은 2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지난해 단계별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올 초 선수단의 활용 편의성을 개선한 ‘다이제스트 버전’을 추가 런칭했다. HITS의 개발과 함께, 현장과의 괴리 현상을 줄이기 위해 출범 초기부터 정례회의를 통한 감독 포함 코칭스태프-선수단과의 협응력을 쌓아왔다.

짧은 시간 내 강한 추진력으로 탄생한 HITS 프로그램에는 선수들의 상황별 경기 영상과 각종 데이터가 세분화돼 있다. 선수들이 각자 자신의 페이지에서 다양한 영상을 맞춤형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투수나 타자별 고급 데이터들을 쉽게 이해하고 실전에 접목할 수 있도록 시각화 한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아마추어 스카우트 리포팅, 부상 이력 및 재활, 육성군-퓨처스-1군 기록을 통합해 데이터 관리를 효율화시켰다. 또한 특정 정보가 일부 개인이나 부서에 한정되는 ‘사일로 현상’을 방지하고 실시간 상호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한화는 지난 1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을 대상으로 HITS의 간편화 버전인 다이제스트 버전을 체험하는 컨퍼런스를 열었다. 선수들은 구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아이패드를 통해 프로그램에 접속, 높아진 데이터 접근성에 크게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다이제스트는 시범경기부터 시작해 올 시즌 선수단이 직접 활용하게 된다.

지난해 HITS 프로그램을 통한 영상 분석으로 안정적인 투구폼을 회복하며 효과를 봤던 김민우는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영상과 데이터가 눈길을 끌었다”며 “과거에는 좋은 데이터를 제공받더라도 이해하고 해석해 실전에서 활용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 전략팀에서 새로 만든 다이제스트는 그런 불편함을 최소화했다”고 평했다.

현장성과 선수들의 사용 편의를 최우선적으로 배려한 다이제스트는 선수가 직접 자신의 영상이나 경기 데이터에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편하게 데이터를 경기에 접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전략팀 직원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한화가 자체 개발한 데이터 분석 시스템 ‘히츠(HITS · Hanwha In-game Tactic Solution)’의 선수별 검색 페이지. 상대 팀 선수들의 성적과 경기 영상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모습.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다이제스트의 개발을 주도한 전략팀 박기태 대리는 세이버메트릭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다 박 대표 눈에 띄어 영입된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의 세이버매트릭스 전문가다. 한화 입사 전 야구 데이터 관련 회사에 재직했으며 야구 커뮤니티에서도 데이터 분석으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박 대리는 “현장에서 가장 많이 찾고 전략팀 내부적으로도 가장 크게 와 닿는 부분이 영상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주로 찾는 영상을 담으려 했다”라며 “스탯의 경우 선수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이 어느 정도 위치의 선수인지를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 스탯별 본인의 리그 순위를 표시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안 쓰거나 쓰기 어려우면 곤란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최대한 쉽게 활용하고 자주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엄청난 변화를 기대한다기보다, 옆에서 작은 부분이라도 선수들을 서포트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신생 조직인 전략팀은 선수단의 성장을 보조하며 아직은 함께 발전해 나아가야 하는 팀이다. 향후 한화가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전략팀이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비상을 준비하는 한화 변화의 한복판에는 전략팀이 자리 잡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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