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숱한 국제대회를 치른 야구국가대표팀은 어떤 어려움에 처해도 8회만 되면 경기를 뒤집거나 승부처를 만들어내곤 했다. 그래서 생긴 ‘약속의 8회’는 대표팀의 가장 상징적 표현 중 하나다.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일본과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B조) 2차전에선 ‘약속의 8회’를 볼 수 없었다. 이날 8회초 대표팀의 공격 차례가 되기 전 9점차로 격차가 크게 벌어져 추격 의지도 적잖이 꺾인 상황이었다.
양 팀 감독은 결연한 각오로 한·일전을 준비했다.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 감독은 “정신력과 정신력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내가 이런 경기를 하게 될 줄 몰랐다. (한국전) 경험자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지난해 한국에 가 주력 선수들을 시찰했다. 훌륭한 선수가 정말 많았다. 우리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모든 힘을 써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구리야마 감독은 한·일전을 정신력 싸움으로 표현했다. 한·일전이 갖는 의미는 어떠한가’라고 묻는 일본 취재진에게 “구리야마 감독이 잘 말씀하셨다”며 “한·일전에는 실력 외의 보이지 않는 힘이 드러난다. 한번 해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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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은 역대 프로선수가 참가한 주요 국제대회에서 일본과 37경기 19승18패로 앞서 있었다. 1998방콕아시안게임부터 2021년 열린 2020도쿄올림픽까지 근소한 우위였다. 최근 5년간 맞대결에선 2연승한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제외하면, 2019프리미어12와 도쿄올림픽에서 3연패했다. 투·타 겸업 선수로 메이저리그(ML)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등장을 비롯해 시속 160㎞의 직구를 가진 투수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공략이 점점 어려워질 거란 분석도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팀 타자들은 공을 보기 시작했다. 이날 다르빗슈와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베이스타즈) 등 시속 150㎞의 빠른 직구와 현란한 변화구를 앞세운 투수들이 잇달아 등판했지만, 여러 차례 정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3회초에는 강백호(KT 위즈)와 양의지(두산 베어스)가 까다로운 코스로 향한 공에도 빠르게 반응해 잇달아 장타를 뽑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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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이 ‘약속의 8회’를 기대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투수진의 난조였다. 구원등판한 젊은 투수들의 제구 난조가 매우 뼈아팠다. 곽빈(0.2이닝 2피안타 1실점), 정철원(이상 두산·0.1이닝 1피안타 1실점), 김윤식(LG 트윈스·0이닝 3사사구 3실점), 김원중(롯데 자이언츠·0.1이닝 2피안타 1실점), 정우영(LG·0.2이닝 1피안타 무실점), 구창모(NC 다이노스·0.1이닝 2피안타 2실점), 이의리(KIA 타이거즈·0.1이닝 3볼넷 무실점) 등이 매 이닝 출루를 허용했다.
이날 선발등판한 김광현(SSG 랜더스)은 투구수 59개로 2이닝 3피안타 5탈삼진 2볼넷 4실점을 남겼지만, 적어도 초반 승기를 쥐는 데만큼은 가장 앞장섰다. 선발 맞대결을 벌인 일본의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투구수 48개로 3이닝 3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경기 초반 기세가 대표팀 쪽으로 기울었던 만큼, 제구 난조로 후반 분위기를 넘겨준 건 못내 아쉽다.
도쿄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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