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신민재. 스포츠동아DB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뛰는 야구’를 표방하고 있다. 올 시즌 선발과 교체를 통틀어 그라운드를 밟은 LG 야수 16명 중 13명이 도루를 1개 이상 기록했다. 이 중 타석에는 단 한 번도 서지 않고, 16경기 중 15경기에 대주자로 나선 ‘스페셜리스트’가 있다. 염 감독이 경기 후반 또는 승부처, 1점을 짜내야 할 때 기용하는 특별한 카드다. 반복되는 도루로 무릎이 성한 날이 없는 우투좌타 외야수 신민재(27) 이야기다.
25일 잠실 SSG 랜더스전은 올 시즌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4-4로 맞선 9회말 1사 1루서 문성주의 대주자로 나선 그는 SSG 노경은의 3연속 견제에도 불구하고 변화구 타이밍에 맞춰 2루를 훔쳤다. 득점권을 만든 LG는 오지환의 끝내기 2루타로 승리를 낚았다. 염 감독은 “(신)민재 칭찬 좀 해달라”며 웃더니 “그 도루 덕분에 수비 위치를 당기고, 상대 배터리의 볼 배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민재는 염 감독의 ‘뛰는 야구’에 방점을 찍는 존재다. 올 시즌 도루를 7차례 시도해 5번 성공했다. 붙박이 주전으로 뛰는 홍창기(6도루), 문성주(5도루)와도 버금가는 수치다. 한 베이스 더 뛰는 주루도 돋보인다. 대주자로 나섰어도 추가로 진루한 횟수가 총 3번에 달하는데, 비율로 따지면 60%에 이른다.
염 감독은 “우리 팀에서 민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타점이나 선발승을 쌓는 선수만큼 대주자도 팀의 6~7승까지 만들 수 있는 역할이다.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선수들이 자주 받을지 몰라도, 그 과정을 만드는 이는 민재다”고 칭찬했다. 신민재는 “상대는 내가 뛸 줄 알겠지만, 그래도 난 뛰어야 한다. 내게도 부담은 있다. 하지만 상대 배터리도 그만큼 나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신민재가 2021년 5월 15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대수비·3타수 2안타 2타점) 이후 대주자로 자주 나서 1군에선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타석에 설 모습도 분명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지금까진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아 들어가지 못했을 뿐”이라며 “민재가 필요한 상황이 오면 치게 할 것”이라며 웃었다.
잠실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