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신임 코치(왼쪽), 마이클 김 전 코치. 사진 | 스포츠동아DB, 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는 31일 “대표팀이 코칭스태프 보직 정리에 나섰다. 마이클 김 코치가 떠나고 새 인원이 합류한다.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벤투호’부터 활동한 김 코치는 눈에 띄진 않았으나 무난히 제 역할을 수행해왔다. 협회도 3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을 선임하면서 김 코치를 남겨뒀다. 그러나 반년 만에 큰 변화가 생겼다. 김 코치의 자리는 코치로 승격할 차 어드바이저가 메운다.
예고된 수순에 가깝다. 앞서 ‘신태용호’에서도 코치를 지냈던 그는 ‘클린스만호’의 출항과 함께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로 선임돼 내년 초 카타르에서 개최될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동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은 그 이상을 바랐다. 독일어에 능통하고, 카타르월드컵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으로 함께 활동한 차 어드바이저가 코치를 맡아주길 바랐다. 결국 ‘어드바이저’란 낯선 직책으로 K리그 현장을 누비며 대표팀을 도왔던 그는 9월 유럽 원정부터 ‘정식 코치’를 맡게 됐다.
문제는 김 코치와 이별 과정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벤투호’부터 헌신한 그에게 스카우트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봉 등 모든 처우가 달라지는데, 사실상 해고 통보와 다름없었다. 당연히 김 코치는 거부했고, 결별 수순을 밟게 됐다.
김 코치는 ‘클린스만호’에도 최선을 다했다. 약속과 달리 해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클린스만 감독과 ‘파트타임’ 다국적 코치들을 대신해 K리그 경기장을 누비며 선수들을 살폈다. 이처럼 자신의 역할을 대신한 김 코치에게 클린스만 감독은 해괴한 보직을 맡기려 했다. 유럽은 몰라도 우리 대표팀에서 스카우트는 굉장히 낯선 영역이다.
김 코치와 이별로 협회도 큰 리스크를 안게 됐다. 세계적 강호들과 맞서도 주눅 들지 않고 능동적 축구를 했던 ‘벤투호’와 연결고리는 완전히 끊어졌다. 반면 대표팀의 유일한 한국 지도자로 남게 된 차 어드바이저의 부담은 한층 커졌다. 이미 “대표팀에 가고 싶으면 (자리를 비우는) 클린스만이 아닌 차두리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산 터라, 축구계 안팎의 여론은 좋지 않다. 부정적 이슈로 가득 찬 ‘클린스만호’의 비정상적 행보에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