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KT-한화전 204분 역대 최장시간 우천 중단 뒷이야기 [현장리포트]

입력 2023-09-18 18: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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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DH 2차전 경기가 열렸다. 5회말 갑작스런 폭우에 경기가 204분동안 중단 후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204분 우천 중단은 역대 최장시간 기록했다. 대전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7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한화 이글스의 더블헤더 제2경기에선 KBO리그 역대 최장시간 우천 중단이라는 진기록이 탄생했다. 강한 소나기로 오후 6시33분 중단된 경기는 그라운드 정비를 모두 마친 뒤인 오후 9시57분에야 재개됐다. 무려 3시24분(204분)을 기다린 끝에 속개된 경기는 결국 오후 11시26분 종료됐다. 오후 2시 시작된 더블헤더 제1경기를 치르기 위해 나온 선수, 구단 관계자, 팬들까지 하루를 야구장에서 보내야 했다.

잔여경기 일정이 빡빡한 상황에서 더는 경기를 연기할 수 없었던 심판진의 ‘뚝심(?)’이 빚어낸 결과다. 불과 이틀 전인 15일 대전 LG 트윈스전에서 6회 강우 콜드게임 패를 당했던 한화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한화 최원호 감독은 18일 대전 KT전에 앞서 “3시간 이상 중단되니 몸을 풀고 나갈 수 있는 투수들은 그나마 괜찮았는데, 타자들의 배트가 잘 돌아가지 않더라. KT 선수들의 방망이도 무거워 보였다”고 돌아봤다. “3시간 중단된 동안 투수운영에 관한 회의를 코치들과 하면서 보냈다”는 최 감독은 “대전구장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용하는 흙을 쓴다. 이 흙에 진흙 성분이 있어 젖으면 관리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라운드 정비에 시간이 걸린 측면이 있다. 잔디 부분도 젖은 곳이 많아 부상 위험도 있었다. KT 선수들도 조심하는 게 보였다”며 심판진의 결정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심판진에게 이런 얘기를 전달하긴 했다. 관중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줘야 하는 게 프로구단의 역할이다. 그런데 어제는 경기를 위한 경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을 기다린 KT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3-1로 앞서던 5회말 한화 선두타자 문현빈 타석에서 경기가 중단돼 원정팀 입장에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선수들은 버스로 이동하거나 라커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기다렸다. KT 이강철 감독은 잠실구장에서 벌어지고 있든 SSG 랜더스-LG 트윈스전을 TV로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 감독은 “투수 자원이 넉넉하지 않은 팀 사정상 노게임이 선언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심판들이 강행하겠다는 뜻을 드러내 마냥 기다려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가지 규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날 KT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이 3시간24분을 쉰 뒤 마운드에 올라 ‘아리랑 볼’을 던지고 내려와야 했던 규정을 언급했다. 해당 이닝에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반드시 한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우천 중단이 오랜 시간 지속될 경우에는 투수 교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전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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