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정우람. 스포츠동아DB
단순한 누적 기록이 아니다. 정우람은 2004년(2경기), 2007년(45경기), 2022년(23경기)을 제외한 매년 50차례 이상 마운드에 올랐다. 2006년(82경기)과 2008년(85경기)에는 80차례 이상 마운드에 올랐다.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사령탑들은 어김없이 그를 찾았고, 그렇다 보니 늘 ‘혹사’라는 단어와 연결되곤 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하체의 중심이동방법을 연구하고,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직구의 회전력을 살리고자 노력했다. 꾸준한 연구와 몸 관리가 없었다면, ‘아시아 최다등판’의 금자탑을 쌓을 순 없었을 것이다.
정우람의 기록이 대단한 이유는 또 있다. 그가 마운드에 오르는 상황은 대부분 승부처였다. 시속 150㎞대 강속구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은 아니지만, 직구의 무브먼트와 서클체인지업의 완성도로 위기를 이겨냈다. 뛰어난 컨트롤과 몸쪽 승부를 즐기는 강심장을 십분 활용했다. 늘 어려운 상황에서 위기를 막아야 하는 셋업맨과 마무리로서 등판 기록을 늘려왔기에 박수 받아 마땅하다.
당분간 정우람의 기록은 깨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KBO리그에서 정우람 다음으로 많은 경기에 등판한 현역 투수는 788경기의 진해수(LG 트윈스), 759경기의 우규민(삼성 라이온즈)이다. NPB의 현역 최다등판 투수도 839경기에 나선 미야니시 나오키(니혼햄 파이터즈)로, 정우람과는 격차가 크다. 앞으로도 정우람이 1군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순간은 아시아야구의 역사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