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강인 불화 흘려 비난 돌리기?…음모론까지 등장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축구대표팀이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내분을 겪었다는 외신 보도가 사실로 드러났다. 대한 축구협회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14일(한국시각) 단독 보도를 통해 요르단과의 준결승전 하루 전 저녁식사 자리에서 다툼이 벌어졌으며, 이후 한국은 놀랍게도 4강전에서 0-2로 패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축구대표팀의 일부 젊은 선수들이 탁구를 즐기기 위해 저녁을 빨리 먹었다.

그러나 주장 손흥민은 팀 결속의 기회로 자주 활용되는 식사자리를 몇몇 선수가 일찍 떠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손흥민이 문제 삼은 후배 중에는 이강인(22)도 있었다.

대화를 주고받다 언쟁이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토트넘 에이스는 손가락 탈구를 당했다.

한 소식통은 “대립은 난데없이 시작됐다”며 “젊은 선수들 중 몇몇이 탁구 게임을 하려 아주 빨리 식사를 하고 나머지 선수들을 남긴 채 자리를 떴다. 손흥민은 그들에게 다시 자리에 돌아와 앉으라고 요청했으며, 이 때 누군가가 손흥민에게 무례한 말을 했다. 몇 초 안에 젊은 선수들이 식사 공간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서로를 잡아끌었다. 손흥민은 선수들을 진정시키려다 손가락을 다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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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당시 오른손 손가락 두 개를 붕대로 묶어 고정한 채 경기를 치렀다.

축구협회는 더 선의 보도가 국내에 알려진 후 얼마 안 돼 선수들 간 대립이 있었다는 보도는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다만 실제 상황은 조금 달랐다고 한다.

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갈등이 빚어진 곳은 카타르 현지 대표팀 숙소 식당 바로 옆에 있던 탁구장이었다. 요르단 전 전날 저녁 식사 후 이강인 등 젊은 선수 몇몇이 격하게 탁구를 즐겼다. 식당에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 대부분이 있었다.

이에 손흥민 등 고참급 선수들이 탁구에 열심인 젊은 선수들을 향해 요르단전을 앞두고 있으니 자제하라는 취지로 꾸중을 했고, 이 과정에서 이강인 등이 대들며 다툼이 벌어졌다.

다행히 선수들 사이에 주먹다짐까지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멱살잡이 등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는데, 부상을 당한 구체적인 정황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충돌 직후 선수들이 서로 화해하면서 클린스만 감독 등 코칭스태프까지 개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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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감독은 탁구장 옆 식당에서 이 상황을 모두 지켜봤지만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을 두고 일각에선 음모론을 제기했다.

먼저 한국 대표팀 내부의 일이 영국 매체를 통해 보도된 경위에 대한 의심이다. 아시안컵 4강 탈락 후 클린스만 감독 경질론과 함께 축구협회 책임론, 나아가 정몽규 회장 퇴진론까지 제기된 상황.

이에 클린스만 측, 아니면 축구협회 측에서 선수들 내분을 부각시켜 팬들의 비난 여론을 분산시키고, 성적 부진을 선수들 탓으로 돌려 면피하기 위해 정보를 흘린 것 아니냐는 게 얼개다.

축구협회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반응한 것도 음모론자들의 확신을 거드는 요소 중 하나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