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등판 경험이 전무했던 까닭에 우려가 일었다. 불펜에선 필승조와 마무리투수를 모두 경험하며 4승13패28홀드6세이브, 평균자책점(ERA) 4.90을 기록했던 터라 보직 변경이 자칫 ‘악수’가 될 수도 있었다. 본인은 궁극적으로 선발투수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으나, 선발과 불펜은 루틴 자체가 달라 적응 과정이 필요했다. 직구와 슬라이더의 비중이 높은 투구 패턴 또한 개선해야 했다.
다행히 성공적으로 선발진에 연착륙했다. 4월 3경기에서 2승1패, ERA 1.80으로 안정감을 보여줬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만족스러워했다. 5월 4경기에선 1승2패, ERA 6.86으로 흔들렸지만, 빠르게 슬럼프에서 벗어났다. 9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6이닝 4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팀의 7-1 승리를 이끌고 시즌 4승(3패)째를 따냈다. 4일 인천 SSG 랜더스전(6이닝 1실점)에 이은 2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다. 연속경기, 무실점 QS 모두 데뷔 후 처음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투구 패턴의 다양화다. 기존의 직구, 슬라이더, 커브에 체인지업을 추가했다. 체인지업을 앞세워 우타자 상대 약점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 9일에는 커터까지 적극 활용하며 7~8일 2경기에서 17점을 뽑은 키움 타선을 잠재웠다. 1-0의 살얼음판 리드가 이어지던 상황에서도 꿋꿋했다.
이승현의 역투에 타선도 화답했다. 1-0이던 5회초 이성규(2타점), 6회초 강민호(1타점)의 적시타가 터졌다. 이승현은 추격의 여지를 주지 않고 5~6회말을 틀어막았다. 7회초에는 박병호의 3점홈런(시즌 7호)까지 나왔다.
삼성은 이날 경기 전 에이스 원태인의 1군 엔트리 제외로 선발진 운용에 고민이 생겼다. 그러나 이승현이 선발로서 데뷔 후 최고의 투구를 보여주면서 4연패에서 벗어난 덕분에(34승1무29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