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태형 감독이 ‘배달의 마황’ 퍼포먼스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제가 우리 애들 보고 웃는 게 다 어이가 없어서 웃는 거예요(웃음). 어이가 없어서….”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57)은 9일 인천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기자단 브리핑에서 ‘요즘 중계화면에 웃는 모습이 자주 나오고 있다’는 말에 “좋아서 웃는 게 아니다”라고 웃은 뒤 “그 중 최근 덕아웃 안에서 웃는 모습이 (중계에) 자주 잡혔는데, 그게 다 어이가 없어서 웃은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이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가장 큰 이유는 황성빈, 윤동희, 고승민, 나승엽, 손호영 등 젊은 주축 선수가 기특해서다. 그런데 손성빈이 동료와 이색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을 힐끗 보다 미소 지은 것은 물론, 크게 뻗은 뜬공에 2루를 노리지 않은 1루주자 황성빈을 야단치려고 페트병을 회초리처럼 들었다가 반성 후 ‘로 파이브’를 하고 들어가는 모습에 웃고 마는 장면까지 화제가 됐다. 이에 ‘평소 카리스마 넘치는 김 감독이 웃는 날이 많아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롯데 김태형 감독이 황성빈을 보며 미소 짓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당초 배달원 분장을 하기까지 황성빈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러나 “웃음으로 승화해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커 구단 관계자와 협조해 본격적으로 퍼포먼스 준비에 나섰다. 김 감독은 ‘황성빈이 자신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표현을 웃음으로 승화하고 싶어 했다’는 말에 배달원 분장 배경을 몰랐다는 듯 “그랬느냐”고 되물은 뒤 “성빈이는 성향적으로, 야구하는 모습에 (성격이) 드러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웃음을 주는 선수가 기특하지만, 한편으로는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때 들뜨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김 감독은 황성빈에게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엄밀히는 올스타전 때 내야 땅볼에 1루까지 뛰지 않는 게 맞았다”고 부상을 우려하면서 “그라운드 안에서 열심히 뛰고 흐름을 바꾸는 능력은 좋지만, (전반기에) 가끔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이 있었다. 그 모습이 종종 나와 내게 혼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