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10회 연속 금메달 이룬 한국 보치아…중압감과 싸운 황제 정호원

입력 2024-09-03 10: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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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원(위)이 3일(한국시간) 파리 사우스아레나에서 열린 2024파리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전 BC3 결승에서 우승한 뒤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정호원(위)이 3일(한국시간) 파리 사우스아레나에서 열린 2024파리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전 BC3 결승에서 우승한 뒤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마음속으로는 매우 큰 부담감에 시달렸다.”

한국 보치아의 간판 정호원(38·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은 3일(한국시간) 파리 사우스아레나에서 열린 2024파리패럴림픽 남자 개인전(스포츠 등급 BC3) 결승에서 호주의 대니얼 미셸을 4엔드 합산 점수 5-2(3-0 1-0 0-2 1-0)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통산 4번째 패럴림픽 금메달이다.

이로써 한국 보치아는 에이스 정호원을 앞세워 패럴림픽 10회 연속 금메달의 금자탑을 쌓았다. 1988년 서울대회부터 중단 없이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정호원은 이번 대회 금메달을 포함해 패럴림픽에서만 총 7개(금4·은2·동1)의 메달을 따냈다.

어린 시절 낙상 사고로 뇌병변 장애를 입은 정호원은 1998년 보치아를 시작해 2002년 부산 아시아태평양장애인경기대회 1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한국 보치아의 간판으로 자리 잡았다. 2008베이징패럴림픽에서 금메달(페어)과 동메달(개인전)을 거머쥔 그는 2012런던패럴림픽 은메달(개인전), 2016리우데자네이루패럴림픽 금메달(개인전)과 은메달(페어), 2020도쿄패럴림픽 금메달(페어)을 따내며 세계랭킹 1위를 지켰다.

그러나 마음속에는 남모를 중압감이 있었다. 이날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그는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마음속으로는 매우 큰 부담감에 시달렸다. 다만 힘든 마음을 밖으로 표출하면 안 되니까, 그게 더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솔직히 부담감이 컸지만,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대표팀의) 성적이 안 나올 때는 ‘나 때문인가’라며 자책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경기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보치아 황제 정호원(왼쪽)이 3일(한국시간) 파리 사우스아레나에서 열린 2024파리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전 BC3 결승에서 우승한 뒤 김승겸 코치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보치아 황제 정호원(왼쪽)이 3일(한국시간) 파리 사우스아레나에서 열린 2024파리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전 BC3 결승에서 우승한 뒤 김승겸 코치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그러나 중압감은 정호원을 보치아의 전설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 그는 “전에 누군가가 나를 두고 ‘보치아의 (고인 물을 넘어선) 썩은 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며 웃은 뒤 “지난해까진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아 ‘나는 여기까지인가’라고 생각했다. ‘이제 보치아를 내려놓아야 하나’라며 고민하던 때 김승겸 코치님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여러 가지 실험과 개발을 했는데, 그러면서 경기력이 올라왔다. 그런 과정을 거쳐 올해 초부터 보치아가 다시 재미있어졌다”고 밝혔다.

정호원은 이제 이번 대회 페어 종목에서 강선희(47·한전KPS)와 함께 다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그는 ‘개인전 금메달을 따 페어 경기에는 편하게 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 “그렇지 않다”며 “개인전 때처럼 절실한 마음으로 또 한번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오늘 하루 정도는 금메달 획득을 즐겨도 되지 않느냐’는 말에도 “곧 페어 예선이 있어서 얼른 씻고 쉬어야 한다”고 답했다.


파리|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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