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상급 타자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삼성 구자욱, 키움 송성문, KIA 김도영(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대표적 타격 지표 3가지를 모아놓은 ‘슬래시 라인(타율-출루율-장타율)’은 완성형 타자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다. 정확성, 선구안, 힘과 속도 등을 두루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타율 3할, 출루율 4할, 장타율 5할의 이른바 ‘3-4-5’ 슬래시 라인 구축이 갖는 상징성은 크다. 통산 성적으로 ‘3-4-5’를 이룬 레전드 강타자 양준혁, 김동주, 김태균(이상 은퇴), 최형우(KIA 타이거즈) 등 4명을 통해 그 의미는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빛내는 토종 3총사
단일시즌에 ‘3-4-5’ 슬래시 라인을 기록하는 것도 절대 쉽지 않다. 특히 외국인타자가 강세인 KBO리그에서 여러 국내타자가 달성한 사례는 지난 2년간 찾기 어려웠다. 지난해에는 국내외 타자를 통틀어 아예 한 명도 없었다. 2022년에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나성범(KIA) 2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은 타율과 출루율에서 기준을 충족했지만, 장타율에서 단 6리가 모자라 슬래시 라인을 만들지 못했다.
올 시즌 규정타석을 채운 국내타자 중 ‘3-4-5’를 기록 중인 선수는 김도영(KIA), 송성문(키움 히어로즈), 구자욱 등 3명이다. 이 중 유일하게 OPS(출루율+장타율) 1을 넘기는 김도영(0.345-0.419-0.643)을 비롯해 송성문(0.340-0.409-0.514)과 구자욱(0.325-0.400-0.579)에게는 국내 정상급 타자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국내 타자 3명 이상이 ‘3-4-5’를 이룰 경우 2021년 NC 다이노스 시절의 양의지(현 두산 베어스)를 비롯해 이정후, 강백호(KT 위즈) 이후 3년 만이다.
●한국야구에 반가운 강타자 탄생
김도영, 송성문이 ‘3-4-5’ 슬래시 라인을 기록하는 것은 프로 데뷔 후 처음이다. 김도영은 데뷔 3년차, 송성문은 10년차에 기량을 꽃피우고 있다. 더구나 2명 모두 20대 젊은 타자라는 점 또한 고무적이다. 지난해 열린 2022항저우아시안게임부터 세대교체에 나선 야구국가대표팀에 또 다른 옵션이 될 수 있다. 11월 개최될 제3회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대표팀에 2명 모두 선발될지 궁금하다. 송성문은 “그동안 대표팀 발탁은 꿈조차 꾸지 못했지만, 올해는 내 꿈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