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실라 킵투(26)가 19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2024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에서 2시간12분35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경주 ㅣ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donga.com
‘마라톤 강국’ 케냐 톱3 휩쓸어
킵투 “첫 우승지 한국 큰 감회”
이정국, 국내 남자부 정상 올라
42세 임경희, 여자부 1위 감격
“내년에는 2시간39분대에 도전”
킵투 “첫 우승지 한국 큰 감회”
이정국, 국내 남자부 정상 올라
42세 임경희, 여자부 1위 감격
“내년에는 2시간39분대에 도전”
케냐의 실라 킵투(26)가 2024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국제대회 첫 우승이다.
킵투는 19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경주국제마라톤 42.195km 풀코스에서 2시간12분35초로 완주하며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로버트 킵코리르 콰음바이(39·케냐)는 킵투보다 5초 느린 2시간12분40초로 2위에 올랐고, 2시간12분54초에 달린 빅터 키플리모(34·케냐)가 3위를 차지했다.
국내 남자부에서는 이정국(29·코오롱)이 2시간17분44초로 우승했다. 2년 전 이 대회 37㎞ 구간에서 중도 포기했던 이정국은 국군체육부대에서 전역한 지 3개월 만에 자신이 첫 풀코스 우승을 일궈냈다. 이정국의 국내외 전체 순위는 12위였다. 2위는 2시간20분07초의 김종윤(23·국군체육부대)이 차지했다.
국내 선수만 출전한 여자부 경기에서는 임경희(42·삼척시청)가 2시간41분14초의 기록으로 10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2011, 2014년에 이어 대회 통산 3번째 우승이다. 1982년생으로 이번 대회 남녀 엘리트 선수 통틀어 최고령인 임경희는 여자부에서 많게는 22살 어린 선수와 경쟁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시간48분32초의 지희원(20·삼성전자)이 2위를 했다.
이번 대회는 2시간 5~7분대 개인 최고 기록을 가진 케냐의 30대 베테랑과 에티오피아의 20대 신예들의 우승 경쟁이 예고됐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케냐의 완승이었다. 승부처는 35km 구간 이후였다. 선두그룹을 형성하던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선수들은 37km를 지나면서 에티오피아의 선수들이 모두 쳐지고 케냐 선수들이 치고 나갔다. 킵투, 콰음바이, 키플리모 등 케냐 선수들이 3파전이 시작됐다.
39km를 넘어서며 킵투와 콰음바이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우승 경쟁을 벌였다. 킵투는 41km 구간을 지난 뒤 한 차례 콰음바이를 앞질러 뛰었으나 콰음바이가 곧바로 추월하자 더 이상 선두로 나서지 않았다. 콰음바이를 따라 달리며 힘을 아끼던 킵투는 결승선이 있는 경주시민운동장 앞 황성공원로에 진입하자마자 속도를 높였다. 마지막 30초의 폭발적인 스퍼트로 킵투는 콰음바이(2시간12분40초)보다 5초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킵투는 처음 찾은 한국에서 첫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킵투는 “나보다 (최고)기록이 좋은 선수가 많아 우승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30km를 지나고 선두그룹이 차츰 추려지는 과정에서 몸 상태가 좋았다. 마지막 스퍼트를 염두에 두고 있다. 결승선이 보일 때부터 있는 힘껏 달렸다”고 했다.
2021년 처음 풀코스를 뛴 킵투는 이번이 7번째 풀코스 도전이었다. 6전 7기 끝 한국에서 첫 우승 트로피를 들게 된 킵투는 “그동안 2, 3등만 하다 1등을 한 게 이번이 처음이다. 너무 행복하다. 첫 우승이라 한국의 기억이 오래 남을 것 같다”며 능숙한 발음으로 “감사합니다”라며 웃었다.
이날 우승으로 킵투는 지난해 에티오피아에 빼앗겼던 왕좌를 1년 만에 되찾아왔다. 지난해에는 에티오피아의 신예 이스마 안테나예후 다그나체우(26)가 깜짝 우승하며 케냐의 이 대회 연속 우승을 ‘10회’에서 멈춰 세웠다. 킵투는 “다시 케냐가 연패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기쁘다. 내년 2연패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40)를 보고 마라토너를 꿈꿨다는 킵투는 “꾸준히 롱런하는 킵초게처럼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국내 엘리트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임경희는 “올해 마라톤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그래도 내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회에 출전했는데 완주에 우승까지 해서 좋다”며 “39분대 기록을 목표로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욕심을 부리면 무리하게 된다. 그저 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만 충실히 해나가며 나아가고 싶다”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역대 최다인 마스터스 참가자 1만2000명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경주에서 풀코스와 하프코스, 10km, 5km 코스를 달리며 경주의 가을을 만끽했다. 주낙영 경주시장, 육현표 대한육상연맹 회장, 박봉수 경주경찰서장, 이동협 경주시의회 의장,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출발지에서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육 회장은 5km를 직접 뛰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