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수원KT아레나에서 열린 정관장과 홈경기 도중 KT 박준영(왼쪽)이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수원|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당연히 목표는 우승이죠.”
박준영(28·195㎝)은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수원 KT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2순위를 차지한 가드 변준형(28·안양 정관장)에 앞서 KT의 선택을 받았기에 ‘빅맨’인 그를 향한 농구팬들의 기대는 매우 높았다.
그러나 데뷔 후 곧바로 프로의 벽을 실감했다. 설상가상으로 출중한 기량을 갖춘 후배들의 입단으로 빅맨 경쟁까지 치열해졌다. 하윤기, 문정현 등이 KT의 높이를 담당하면서 박준영은 점점 더 백업으로 밀려났다.
힘겹게 다시 시작한 새 시즌, 모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하윤기와 문정현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박준영은 이들의 공백을 메울 조커 역할을 맡게 됐다. 동기부여가 확실했던 만큼, 그는 맹활약으로 KT의 약진을 이끌었다. 9경기에 출전해 평균 22분4초를 뛰며 9.4점·5.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KT 송영진 감독은 “(박준영이) 비시즌에 준비를 많이 했다. 1순위인데, 그동안 잘 안 풀렸다. 멘탈적인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부족한 슈팅 연습도 많이 했고, 본인의 장점도 극대화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박준영은 11일 정관장과 홈경기에서 또 한 번 날았다. 20점·8리바운드의 맹활약으로 팀의 69-58 승리를 이끌었다. 골밑에서 활약하는 것은 물론 3점슛도 2개를 터트리는 등 내·외곽에서 종횡무진 코트를 누볐다. 20점은 박준영의 개인통산 한 경기 최다 득점이다.
그러나 박준영은 경기 후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개인통산 최다 득점 기록을 언급하자, “역사적인 날”이라면서도 “기록을 세운지 몰랐다”고 말했다. 최근의 맹활약에 대해선 “책임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낀다. 하윤기와 문정현이 복귀하면 부담을 덜 수 있다. 지금은 최대한 이겨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주전급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박준영은 강하게 “이번 시즌 최고의 식스맨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하윤기는 국가대표 넘버원 센터다. 복귀하면 내가 식스맨 역할을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하윤기가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에 따라 팀 순위도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준영은 “새 시즌 팀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강조했다. 프로 데뷔 후 어렵게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팀 퍼스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모습이다. 그가 밝힌 개인과 팀의 목표만 봐도 팀을 향한 희생정신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