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천성호. 스포츠동아DB
천성호(27·KT 위즈)는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결혼과 새 포지션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1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그는 “올해 좋은 기억과 아쉬운 것 모두 많은 시즌이었다. 재미있는 한 해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다시 유격수 자리에서 새롭게 도전하게 됐고, 곧 가정을 꾸리게 되니 야구를 더 잘해야만 하는 이유가 늘었다. (2025시즌에) 기대 반 걱정 반이지만, 설레는 마음이 역시 크다”며 웃었다.
●기회
설레는 게 당연했다. 제자리를 되찾아서다. 천성호는 2루를 맡다 외야 선수층이 얇은 팀 사정에 따라 올 시즌 도중 포지션을 바꿨다. 마무리훈련 때도 이종범 코치에게서 외야 수비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하지만 팀에 유격수 보강이 필요해지자 다시 기회를 얻었다. 천성호는 “(이강철) 감독님께서 추천해주시기는 했지만, ‘결정은 네 몫’이라고 하셨다. 내야수로서 내 이미지를 다시 만들 기회라고 생각해 (마무리)캠프 도중 포지션을 바꾸게 됐다”며 “지금은 더는 외야 훈련을 하지 않고 내야에서 유격수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성호는 유격수에 애정이 크다. 중·고교에 이어 대학 시절까지 가장 많이 맡은 포지션이 유격수다. 공교롭게 프로 데뷔 후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는 2020년 입단해 내야 전 포지션을 돌다 보니 유격수로는 4경기 11.1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이어 생존을 위해 2루와 외야에서 도전을 이어갔지만, 그에게 ‘인생 포지션’은 늘 유격수였다. 천성호는 “보통 중학교 때 주 포지션을 처음 갖게 되는데, 나는 (충장중에) 입학해 처음 맡은 포지션이 유격수였다”며 “어릴 적부터 유격수로서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돼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기회를 얻은 만큼 더 열심히 훈련하게 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21일 강남 셀럽앤어셈에서 결혼하는 KT 천성호(오른쪽)와 신부 김나은 씨. 사진제공|KT 위즈
천성호에게는 ‘야구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겼다. 그는 21일 김나은 씨와 백년가약을 한다. 그는 “결혼식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와 예식 대본이나 음악을 비롯해 아내와 준비할 게 많아서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행복하다”며 웃었다.
신부와는 단국대 시절 캠퍼스 커플이었다. 천성호는 “(신부와) 대학 시절 함께 체육을 전공했다. 함께 수업을 듣는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했다”며 “아내는 나를 잘 이해해줬다. 스무 살 때부터 내 시합을 항상 보러와 응원해주고, 내 운동을 도와주거나 영양을 신경 써줬다”고 밝혔다. 이어 “아내 덕분에 내가 지금 프로무대에서 뛰고 있는 것”이라며 “내게는 야구를 더 잘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원|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