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키움-두산전이 열린 잠실구장. 경기 개시 1시간을 앞두고 분위기는 고요했다. 한용덕 KBO 경기운영위원이 마운드 위에서 그라운드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키움 히어로즈-두산 베어스전을 앞둔 2일 잠실구장의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다. 일찍부터 구장을 채우던 팬들의 함성은 들리지 않았다. 경기 전 미리 입장한 팬들도 조용한 분위기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봤다.
3월 29일 창원NC파크에서 구조물이 추락하는 사고로 이틀 뒤 한 팬이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KBO와 10개 구단은 퓨처스(2군)리그 경기를 포함해 1일 예정됐던 전 경기를 취소하고 고인을 애도했다. 1~3일 SSG 랜더스-NC 다이노스의 창원 3연전은 모두 취소됐다. 나머지 4개 구장에서 예정된 경기는 2일 재개됐다.
2일 경기가 벌어진 잠실, 수원(LG 트윈스-KT 위즈), 대전(롯데 자이언츠-한화 이글스), 광주(삼성 라이온즈-KIA 타이거즈)의 안전 점검은 1일 모두 마무리됐다. 구단별 안전 관리 담당자와 KBO 경기운영위원 및 구장별 시설 관리 주체(시설관리사업소·공단)가 참여해 합동 점검을 실시했다. KBO는 이날 “야구장을 방문하는 팬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이를 위한 체계적 시스템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2일 경기를 앞두고 두산과 키움 선수들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훈련했다. 흔한 파이팅조차 자제하며 컨디셔닝에 집중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야구인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참담하게 느껴진다.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다음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응원은 진행하지 않았다. 경기 전에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선수단은 유니폼과 점퍼 왼쪽 소매에 근조 리본을 달고 경기에 나섰다. 출전 선수 소개도 화려한 전광판 영상과 함성 대신 장내아나운서가 간단하게 마쳤다.
흐린 날씨까지 겹쳐 팬들의 발길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들은 최대한 함성을 자제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두산 선발투수 최승용이 소개될 때도 가벼운 박수 소리만 들렸다. 비극적인 사고에 야구를 사랑하는 이들 모두 슬픔에 빠진 모습이었다.

두산 선수들이 경기 전 묵념을 하고 있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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