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흥국생명 김연경이 14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시상식’에서 여자부 MVP를 수상한 뒤 마지막 소감을 말하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화려한 라스트 댄스를 마친 ‘배구 여제’ 김연경(37·흥국생명)이 개인 통산 7번째 V리그 정규리그 ‘최고의 별’에 선정됐다.
김연경은 14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어워즈’에서 여자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했다. 기자단 투표(총 31표)를 싹쓸이한 만장일치 수상이었다. 챔피언 결정전 만장일치 MVP에 이은 또 한 번의 영광으로 개인통산 3번째 통합 MVP가 됐다.
프로 데뷔한 2005~2006시즌부터 3연속 정규리그 MVP를 획득한 김연경은 해외 생활을 마치고 V리그에 복귀한 2020~2021, 2022~2023, 2023~2024시즌에도 정규리그 MVP에 올랐다.특히 2005~2006시즌에는 한국 프로스포츠 최초로 신인왕·정규리그·챔프전 MVP 트로피를 모두 수집했다. 2006~2007시즌 역시 정규리그·챔프전 MVP를 챙겼다.
이번 시즌 통합수상은 특별했다. 김연경은 최근 3차례 시상식에서 MVP에 선정됐으나 반복된 챔프전 준우승으로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은퇴 시즌에 그는 6년 만의 4번째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환한 미소로 시상대에 오른 김연경은 “영원히 기억될 상이다. 나는 떠나지만 앞으로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이루고자 했던 모든 목표를 이루고 떠난다. 홀가분하고 정말 뿌듯하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작별을 알렸다.
‘완전체 선수’ 김연경의 수상은 당연했다. 공격과 수비에서 완벽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공격종합 2위(46.03%), 득점 7위(585점), 서브 8위(세트당 0.23개), 리시브 효율 2위(41.22%)로 코트를 지배했다. 정규리그에서 총 3차례(1, 2, 5라운드) 라운드 MVP를 수상했다. 그의 활약 덕분에 흥국생명은 6라운드 초반 정규리그 1위를 일찌감치 확정했다.
김연경은 V리그 20주년 베스트7 아웃사이드 히터(라이트) 부문에 이어 이번 시즌 여자부 베스트7에도 이름을 올렸다. 흥국생명은 올해 10월 18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예정된 2025~2026시즌 홈 개막전에서 김연경의 공식 은퇴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MVP 수상 소감은?
“챔프전 끝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직도 은퇴했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시상식을 끝으로 공식 행사는 다 끝났다. 아마 휴식을 가질 것 같다. MVP까지 받으면서 내가 원했던 엔딩이 됐다. 참 행복했다.”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했다던데.
“훈련부터 많이 잔소리를 했고, 식사 중에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후배들이 내 이야기를 많이 들어줬다. 경기 중 과하게 몰입하다보면 안 좋은 이야기도 하고, 화를 낼 때도 있는데 이 모든 걸 후배들이 잘 받아줬고, 강한 승리 의지를 보여줬다. 그렇게 좋은 마무리가 될 수 있었다.”
-제2의 인생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졌는지.
“흥국생명에선 어드바이저라는 역할로 좀더 함께 하는 제안을 받았다. 흥국생명과 동행하면서 여러 부분에 참여할 것 같다. 5월 이벤트 경기를 준비하고 있고, 그 후에는 쉬면서 내가 어떤 걸 가장 하고 싶은지 찾아보겠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무언가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더 이상 김연경과 같은 선수가 없다는 이야기가 많다.
“나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나왔으면 한다. 배구풀이 좁기도 하고, 시스템의 어려움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결국 유소년들이 탄탄해져야 한다. 유소년 시스템과 선수층을 잘 다져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도자에 대한 관심은 있는지.
“늘 관심을 가진 분야다. 좋은 선수가 좋은 지도자가 되는 법은 없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쉬운 길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현장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밖에서의 길도 있을 수 있다. 다양한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
-이번 시즌을 돌아본다면?
“매 시즌이 어려웠다. 외국인 선수 부상도 있었고, 어려움이 참 많았다. 모든 난관을 잘 극복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이번 시즌도 우승 못했다면 안 좋은 마무리였을 것이다. 4차례 챔프전을 치렀다. 모두 다른 팀에게 우승을 내줬는데 마지막이 참 좋았다. 감사할 따름이다.”
-흥국생명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해 마무리까지 한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해외 진출도 해줬지만 막기도 한 구단이다. 관계가 좋을 때도 어려울 때도 있었다. 헤어질 듯 헤어지지 않았던 무언가가 있었다. 미운정이 참 무섭더라. 그리고 고운정도 많이 쌓였다. 돌이켜보면 참 고맙다.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인다. 좋은 기억들만 갖고 떠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