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호는 두산을 대표하는 유격수다. 두산은 일찌감치 그의 은퇴 이후를 고려해 후계자 육성을 시작했지만, 아직 적임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가 완전히 그라운드와 작별한 이제부터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은퇴식이 열린 6일 잠실 KT전에서 유격수 수비를 소화하고 있는 김재호. 사진제공ㅣ두산 베어스
6일 은퇴식을 통해 그라운드와 공식적으로 작별한 김재호(40·SPOTV 해설위원)는 두산 베어스 역사상 최고의 유격수로 손꼽힌다. 전신 OB 시절 포함 베어스 프랜차이즈 역대 최다인 1793경기에 출전했고, 통산 안타(1235타점), 홈런(54타점), 타점(600타점) 등은 모두 유격수로는 구단 역대 최다 기록이다. 지난 시즌에도 유격수로 326이닝(팀 내 3위)을 소화했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 역시 “후배들이 보고 배워야 할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두산은 일찌감치 김재호의 은퇴 이후를 준비했다. 젊은 선수들이 건강한 경쟁을 통해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고, 김재호의 뒤를 잇길 바랐다. 그러나 아직 적임자가 나타났다고 보기 어렵다. 당장 올 시즌만 봐도 그렇다. 유격수로 팀 최다이닝(287이닝)을 소화한 박준영은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유찬(208.2이닝), 오명진(128.1이닝), 박계범(75.2이닝) 등이 돌아가며 그 자리를 채웠다. 각자 최선을 다해 내야 사령관 역할을 해내고 있지만, ‘두산의 주전 유격수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과 김재호의 메시지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조 감독대행은 2018년 두산의 1군 수비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던 터라 변화의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던 인물이다. 그는 “김재호만큼 진지하게 수비 훈련에 임한 선수는 아직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김재호 역시 “조 감독대행의 말에 100% 동의한다. 나는 지도자가 아니라 후배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지 못한다면, 내가 스스로 훈련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격수는 내야 수비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포지션이다. 한번 뿌리내리면 쉽게 변화를 주기 어려운 자리이기도 하다. 김재호 역시 그의 선배였던 손시헌(SSG 랜더스 수비코치)이 떠난 뒤 주전으로 인정받고,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킨 케이스다.
이제는 그의 후배들 중 누군가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야만 한다. 조 감독대행이 젊은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기회를 주는 것도 주전 유격수를 키워내려는 움직임이다. 지금 유격수로 뛰고 있는 선수들과 현역으로 복무 중인 안재석 등 후보군은 많다. 김재호는 이들에게 뼈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서로 경쟁하며 자리를 빼앗아야 한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누가 독한 마음을 먹느냐가 중요하다. 하루하루 허투루 흘려보내지 말고, 어떻게 해야 프로야구 선수로 성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재호. 사진제공ㅣ두산 베어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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