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황성빈이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홈경기 도중 2루를 훔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이가 리드오프로 나가면 투수가 느끼는 게 다르지.”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58)은 8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복귀한 황성빈(28)을 곧장 리드오프로 선발 기용했다. 황성빈이 5월 왼손 약지(중수골) 골절로 전열을 이탈한 사이 공백을 메운 장두성, 김동혁의 기량도 출중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 황성빈을 리드오프로 택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성빈이에겐 투수를 압박하는 무언가가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황성빈도 이날 3루타 한 방을 포함한 멀티히트(5타수 2안타)로 기대에 부응했다.
사직구장의 팬들 역시 짧은 타구에도 쏜살같이 1루를 밟는 황성빈에게서 남다른 무언가를 느낀다. 두 달여 만의 복귀 첫 타석을 앞두곤 우레와 같은 환호도 터져 나왔다. 반대로 황성빈도 이 열기를 느끼고 싶어 했다. 그는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지난 9주 동안 도파민 없이 산 것 같다”며 웃은 뒤 “팬들의 목소리가 그래서 더 그리웠다. 내 응원가를 불러주시는 순간이 올 날만 바라보며 재활에 매진했다”고 밝혔다. 이어 ‘팬들의 도파민도 터지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농담 섞인 질문에는 “제가 또 그 분야의 담당이지 않습니까”라고 웃으며 답했다.

롯데 황성빈이 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홈경기 도중 3루타를 친 뒤 덕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의 각오는 복귀 후 한층 단단해졌다. 불의의 부상에도 자리를 비운 기간이 짧지 않았다는 이유로 팀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을 크게 느꼈기 때문이다. 콜업 당일에는 그간 재활에 매진하느라 자르지 못한 수염도 말끔히 정리하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김 감독은 “잘 어울리던데, 왜 면도했냐”고 장난치며 황성빈을 편안하게 해줬다. 황성빈은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웠다”며 “내가 빠진 사이 (장)두성이와 (김)동혁이가 공백이 티 나지 않게 많이 도와줬다. 단단히 준비한 만큼 원래의 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사직|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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