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박무빈(왼쪽)과 서명진(가운데)이 3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 도중 하이프이브하고 있다. 둘 모두 이번 시즌 충분한 기회를 잡아 잠재력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제공|KBL

현대모비스 박무빈(왼쪽)과 서명진(가운데)이 3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 도중 하이프이브하고 있다. 둘 모두 이번 시즌 충분한 기회를 잡아 잠재력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제공|KBL



울산 현대모비스는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개막 이전에 최약체로 꼽혔다. 올 여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서 대어급보다 식스맨 위주로 선수를 영입했다. 이승현과 전준범을 트레이드로 데려왔지만 장재석을 부산 KCC에 내줬다. 좋은 선수들이지만 팀을 확 바꿔놓을지는 의문이었다. 현대모비스가 약체로 꼽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가드진 때문이었다. 잠재력을 갖췄지만 프로 데뷔 이후 확실하게 성장한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대모비스에는 확실한 주전 가드가 없었고, 메인 볼 핸들러도 애매했다.

2024~2025시즌을 마치고 팀 지휘봉을 잡은 양동근 현대모비스 감독은 가드진 운영과 관련한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는 “최대한 출전 시간을 보장하고, 그들이 얼마나 버티는지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것”이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확실한 카드가 등장하길 기대한다”고 가드진 운영 방침을 밝혔다.
현대모비스 양동근 감독(왼쪽)이 3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전 도중 박무빈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KBL

현대모비스 양동근 감독(왼쪽)이 3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전 도중 박무빈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KBL


양 감독은 약속을 지켰다. 서명진은 시즌 개막 이후 12경기에서 평균 30분 이상을 뛰고 있다. 2018~2019시즌 프로에 데뷔한 이후 출전 시간이 가장 길다. 박무빈은 평균 33분 이상을 코트서 버티고 있다. 아시아쿼터 가드 미구엘 안드레 옥존(필리핀)의 몸 상태와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탓도 있다. 그러나 둘은 개막 이후 꾸준히 출전하며 좋은 역할을 해냈고, 약체로 평가받은 현대모비스는 중위권서 경쟁하고 있다.

서명진은 이번 시즌 12경기서 평균 13.0점으로 커리어 하이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3점슛 성공률은 무여 46%다. 3점슛 성공 4위, 3점슛 성공률 6위다. 경기 평균 5.3개를 던져 2.4개를 림에 적중시키는 엄청난 슛 감각을 뽐내는 중이다. 경기당 턴오버도 1.3개로 안정되는 분위기다. 서명진은 상대 가드들의 압박이 강할 때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곤 했다. 이번 시즌 들어서는 이러한 모습이 조금씩 개선돼 실책이 줄어들고 있다.
현대모비스 서명진은 이번 시즌 빼어난 슈팅 감각을 뽐내면서 커리어 하이 시즌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현대모비스 서명진은 이번 시즌 빼어난 슈팅 감각을 뽐내면서 커리어 하이 시즌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박무빈은 경기 평균 8.9점·4.1리바운드·6.2 어시스트·0.6스틸 등을 기록 중이다. 프로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23~2024시즌보다 평근 득점은 약간 줄었다. 그러나 어시스트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어시스트 랭킹 2위다. 그는 3일 서울 삼성전서는 14개의 어시스트로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을 바꿔 놓기도 했다. 코트의 사령관으로 동료들의 득점을 지원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춰나가고 있다.

양 감독은 자신의 말대로 가드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고 있다. 서명진과 박무빈은 이를 잘 살려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 덕분에 현대모비스는 가드진 고민을 덜어내며 하위권에 머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