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리 케인(9번)을 비롯한 잉글랜드 선수들이 6일(한국시간)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멕시코와 북중미월드컵 16강전서 3-2로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멕시코시티|AP뉴시스

잉글랜드 해리 케인(왼쪽)과 주드 벨링엄이 6일(한국시간)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멕시코와 북중미월드컵에서 득점을 합작한 뒤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멕시코시티|AP뉴시스
[스포츠동아 남장현 기자]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수적 열세에 놓이고도 공동 개최국 멕시코를 격파하며 60년 만의 월드컵 정상의 꿈을 이어갔다.
토마스 투헬 감독(독일)이 이끄는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북중미월드컵 16강전서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의 멀티골과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의 페널티킥(PK) 결승골로 멕시코를 3-2로 꺾었다.
2-1로 앞선 후반 9분 자렐 콴사(레버쿠젠)의 퇴장 변수에도 잉글랜드는 혼신의 수비로 홈팀의 맹공을 버텨 1966년 자국 대회 이후 두 번째 월드컵 우승에 한걸음 다가섰다. 잉글랜드는 같은날 브라질을 꺾은 노르웨이와 1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스타디움서 4강 티켓을 다툰다.
잉글랜드에겐 특별한 순간이었다. 40년 전 악몽을 털어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는 1986년 6월 22일 이곳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대회 8강전서 1-2로 졌다. 디에고 마라도나가 후반 6분 팔을 뻗어 공을 밀어 넣었지만 득점이 인정됐다. 유명한 ‘신의 손 사건’이다.
잉글랜드는 4분 뒤 더 굴욕적인 상황을 겪었다. 60m를 드리블하며 수비수 5명을 제친 마라도나에게 결승골을 내줬다. 축구 역사상 최악의 골과 20세기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골이 한날, 같은 장소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멕시코에겐 자국 축구의 성지다. 1966년 ‘에스타디오 아즈테카’라는 이름으로 개장한 이곳에서 멕시코는 잉글랜드전 이전까지 월드컵 본선 10경기(8승2무)를 포함해 A매치 89경기를 치러 70승17무2패를 기록했다.
멕시코시티는 해발 2240m 고지대다. 후유증을 우려한 투헬 감독은 경기 하루 전 이동을 원했으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4일 도착한 잉글랜드 선수단은 숙소 부근서 밤새워 폭죽을 터트린 멕시코 팬들의 뜨거운 환대(?)까지 경험했다. 당일엔 악천후로 킥오프가 1시간 연기돼 경기 플랜이 꼬였다.
잉글랜드는 흔들리지 않았다. 전반 36분 부카요 사카(아스널)의 크로스를 다이빙 헤더로 밀어넣은 벨링엄이 2분 뒤 케인의 패스를 추가골로 연결했다. 멀티골이 98초 만에 완성됐다. 멕시코가 전반 42분 훌리안 퀴뇨네스(알카디시아)의 골로 추격했으나 10명의 잉글랜드가 후반 15분 케인의 PK 골로 격차를 벌렸다. 후반 24분 라울 히메네스(울버햄턴)에게 PK 실점했지만 남은 시간을 잘 버텼다.
케인은 “정말 미친 경기였다. 내 커리어에 가장 특별한 날 가운데 하나”라고 기뻐했다. 투헬 감독은 “좌절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잘 극복했다. 오늘의 승리를 기억하며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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